'젊은이의 양지' 김호정 "우리는 많이 누린 세대…요즘 청년들에겐 기회가 없다"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김호정(53)이 기성세대로서 현 시대를 보며 느끼는 바를 밝혔다.

김호정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젊은이의 양지'(감독 신수원) 홍보차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해 여러 이야기를 털어놨다.

'젊은이의 양지'는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갔다가 사라진 후 변사체로 발견된 실습생으로부터 매일 같이 날아오는 의문의 단서를 통해, 모두가 꿈꾸는 밝은 미래로 가기 위한 인생실습이 남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그린 극현실 미스터리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표현했다. 극중 김호정은 계약직 센터장 세연 역을 맡아 파리목숨 직장인의 심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이날 김호정은 "우리 세대는 많이 누렸다. 아직도 내가 주인공이지 않나. 우리 때는 뭔가 열심히 하면 성취감을 맛 봤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다르다. 지금도 보면 팬데믹 상황에 학교에 입학해도 학교를 못 간다. 획일화된 행복을 좇다 보니 기회조차 없다. 제가 대사로도 '하면 된다'라고 했고, 실제로도 가끔 상황 파악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말할 때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극중 술집 장면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술을 받아먹는 세연의 모습이 담겼는데 저도 그런 경우가 있고 모욕감을 느낀 순간들이 있다. 내가 후배이기 때문에 참아야 하는 순간, 여배우라 참아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순간 등 굉장히 많다. 그래서 현장에서 무시를 당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준한테 전화로 퍼부었던 장면과 닮았다. 옛날에는 그런 방식이면 통했다. 그러나 실은 어린 아이에게 어마어마한 아픔을 준 거다. 그게 얼마나 폭력적인가"라고 자성했다.

세연의 감정에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는 김호정은 "세연이란 인물은 어렸을 때부터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가해를 한다. 그런 경우가 실제로 많지 않나. 그걸 잘 알고 있어도 용기가 없어서 나서질 못한다. 마지막에 세연이 용기를 내는 모습을 닮아야 한다. 이미 사건을 일어난 뒤의 일이라 더욱 현실적이게 느껴졌다. 매 순간 타인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늘 떠올려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세연은 아직까지 정규 직원이 아니다. 얼마나 아슬아슬한가. 저도 선택을 받아야 일할 수 있는 배우다. 그러니까 늘 조마조마하고 기다린다. 이게 사회 전반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공감이 많이 갔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젊은이의 양지'는 '유리정원', '마돈나', '명왕성' 등의 전작들에서 가장 현실적인 소재로 공감을 이끌어냈던 신수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가 크다. 오는 28일 개봉.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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