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다독이고 포효하고…'배구여제'의 화려한 귀환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장충 이후광 기자] 괜히 ‘배구여제’란 타이틀이 붙은 게 아니었다. 김연경(흥국생명)이 수많은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공적인 V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1라운드 맞대결.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전격 V리그로 복귀한 김연경을 취재하기 위해 무려 70여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현장에 몰렸다. 이에 경기장 내 모든 테이블석을 비롯해 양 사이드 서브존까지 모두 취재진이 착석하는 진풍경이 펼쳐졌고, 기존 인터뷰실이 취재진을 수용할 수 없어 감독과 수훈선수가 테이블석으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고 대형 기자회견을 하듯이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이럴 거면 차라리 관중이 입장하는 것도 괜찮을 뻔 했다”고 말할 정도의 규모였다.

2005-2006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2008-2009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의 우승을 견인한 뒤 일본 무대로 떠났다. 이후 터키(페네르바체, 엑자시바시), 중국(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등을 거쳐 지난 6월 연봉 3억5천만원에 전격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김연경이 V리그 여자부 경기에 뛰는 건 지난 2009년 4월 11일 천안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이후 무려 4211일 만이었다.

배구여제도 11년만의 복귀전이 긴장됐을까. 1세트 초반에는 세터 이다영과의 호흡이 다소 흔들리며 공격 성공률이 14.3%(4득점)에 그쳤다. 오히려 김연경보다는 루시아 프레스코, 이재영에게 토스가 몰리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코트 적응 기간은 한 세트면 충분했다. 2세트 공격 성공률을 54.5%까지 끌어올리며 금세 해결사의 면모를 되찾았고, 이후 블로킹, 후위 공격, 서브 에이스 등 고비 때마다 남다른 클래스를 선보이며 팀의 3-1 승리에 공헌했다. 김연경의 복귀전 기록은 서브 에이스와 백어택 4개를 포함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25득점(공격 성공률 42.55%). 김연경은 4세트 종료 후 포효하며 새로운 동료들과 첫 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연경의 진가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코트에서 이재영, 이다영, 김채연, 도수빈 등 어린 선수들을 끊임없이 다독이며 이들의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이끌어냈다. 김연경과 함께 흥국생명 데뷔전을 치른 세터 이다영은 “(김)연경 언니가 너무 잘해주고 다독여준 덕분에 나만의 스타일이 나왔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서브 시 웜엄존에 있는 선수들과도 소통하며 팀 사기를 높였다. 마치 응원단장을 연상케 하는 세리머니가 인상적이었다. 박미희 감독은 “김연경이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배구여제에게도 이날 경기는 평소보다 특별하게 다가왔다. 김연경은 “KOVO컵이 끝나고 개막전만을 기다렸다. GS칼텍스 상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초반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가 잘 안 풀렸는데 후반에 다시 풀려서 이길 수 있었다”며 “KOVO컵 때는 긴장감이 별로 없어 이벤트 경기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다. 그러나 개막전은 확실히 달랐다. 오늘(21일)을 디데이로 잡아놓고 훈련했기에 그만큼 긴장감도 많고 설렜다. 컵대회 때와 다른 마음가짐으로 했다”고 11년 만에 복귀전을 치른 소감을 전했다.

복귀전은 수많은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 속 경기를 했다면 이젠 수많은 팬들의 함성을 받으며 스파이크를 때리고 싶다. V리그는 오는 31일부터 관중 입장이 가능하다. 김연경은 “빨리 팬들 앞에서 경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너무 기대가 된다”며 “예전에 장충에 직관을 온 적이 있는 그 때 열기가 너무 뜨거웠다. 나 역시 그런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 찾아와주시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김연경. 사진 = 장충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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