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김민재·박은빈이라서 가능했던 청춘의 크레센도 [명희숙의 딥썰]

[마이데일리 = 명희숙 기자] 배우 김민재와 박은빈이 꿈과 사랑의 여러 단면을 다채로운 연기로 그려냈다. 스타캐스팅이 아닌 배역에 어울리는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왜 필요한 것인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증명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음대생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낭만와 설렘으로 가득한 교정을 거닐며 달콤한 사랑을 나눌거라고 생각했지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극 초반부터 후반까지 사랑보다는 꿈 앞에서 좌절당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김민재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스타 피아니스트였지만 연신 자신의 발목을 잡는 부모와 꿈보다는 돈을 위해 음악을 해야하는 처지를 비관했다. 기존 멜로 드라마 속 당찬 남자주인공과는 다른 다소 음울하기까지 해보이는 김민재의 모습은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이용당하는 삶은 살았던 아이의 주눅든 모습이 그대로 엿보인다.

박은빈은 바이올린을 하고 싶다는 강한 추진력으로 음대를 3수 끝에 들어갔지만 어릴 때부터 음악을 했던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꼴찌의 삶을 살고있다. 가족들마저 응원해주지 않는 꿈을 꾸는 박은빈은 지치지 않고 부딪혀나가지만 결국 스스로 재능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미련없이 꿈을 포기한다.

김민재와 박은빈은 각자의 상처 속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낸 상처로 인해 이별의 과정을 겪는다. 두 사람이 다시 사랑하게 되는 순간은 드라마틱한 이벤트나 극적인 상황이 아닌 각자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면서 다시 시작된다.

남자가 백마를 타고 나타나 여자의 신세를 바꿔주지도, 여자가 남자를 무조건적인 포용으로 구원하지도 않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청춘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다소 어둡고 우울하게 흘러나간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법도 하지만 김민재와 박은빈은 섬세한 연기로 자신들의 이야기의 진폭을 크게 그려나간다. 또한 두 사람의 풋풋한 비주얼과 케미 역시 간질간질한 사랑의 시작부터 완성까지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도왔다.

화려한 스타나 아이돌 캐스팅은 없었지만 김민재와 박은빈이라는 두 배우의 진가를 볼 수 있었기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올 가을 의미있는 멜로 드라마로 남을 듯하다.

[사진 = SBS 방송캡처]

명희숙 기자 aud666@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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