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 후 공 빨리 빼는 러셀, 적장도 인정 "그래서 ML 유격수"[MD이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래서 메이저리그 유격수다."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에디슨 러셀이 수비를 잘 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 지도자들,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땅볼을 포구한 뒤 빠르고 간결한 넥스트 동작이다. 키움 손혁 감독과 김치현 단장은 "포구 후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속도가 빠르다"라고 했다.

명 유격수 출신 LG 류중일 감독의 견해는 어떨까. 7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영상을 봤는데 공을 잡고 던지는 동작이 짧다. 빠르고 부드럽다. 참 괜찮은 친구"라고 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뭔가 수준이 다르다"라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러셀의 수비를 보면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잔실수는 했다. 공식적으로 실책도 한 차례 범했다. 그러나 키움이 체감하는 효과는 남다르다. 손혁 감독에 따르면 러셀이 중앙내야에 버티면서 투수들이 안정감을 갖고 투구한다.

류 감독은 "그게 잘 하는 선수와 못 하는 선수의 차이다. 러셀이나 딕슨 마차도(롯데)는 공을 잡고 넘어가는 동작이 다른 내야수들보다 반 박자 빠르다. 타고난 것도 있고, 노력도 많이 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포구 후 공을 빨리 글러브에서 빼는 게 중요할까. 그만큼 타자주자를 여유 있게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국민 유격수'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1군 작전코치를 예로 들었다. "박진만은 현역 시절에 어깨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타자가 1루에 도착하기 3~4발 전에 공을 던졌다. 불필요한 동작을 안 했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타고난 강견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포구 후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과 송구로 이어가는 동작이 빠르고 간결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안전하게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반면 포구 후 글러브에서 빼는 동작이 느리면 그만큼 타자 주자가 1루에서 세이프 될 확률이 커진다.

러셀과 마차도도 마찬가지다. 물론 처리하기 까다로운 빗맞은 타구나 타자주자가 발이 빠를 경우 간발의 차로 아웃카운트를 올리거나 내야안타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지간한 타구에는 타자 주자를 1루에서 여유 있게 잡아낸다. 류 감독은 "그래서 메이저리그 유격수"라고 했다.

류 감독의 설명에는 또 다른 평범한 교훈이 있다. 타자는 아무리 평범한 내야 땅볼을 쳐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해야 한다. 류 감독은 "내야수가 공을 잡은 뒤 여유가 있으면 정확한 동작으로 던진다. 그런데 타자가 빨리 뛰면 (마음이 급해져서)팔 스윙이 밑으로 꽂힐 수 있다. 타자에게 전력질주를 하라는 건 송구 실책을 유도하라는 뜻이다"라고 했다.

[러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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