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었던 김하성, 힘 좋지만 더 중요한 건 멘탈[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무릎을 꿇었다기보다, 맞고 나서 꿇어졌다."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은 14일 고척 NC전서 1-1 동점이던 3회말에 기 막힌 한 방을 터트렸다. NC 사이드암 이재학의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좌월 솔로포를 날렸다. NC 이동욱 감독은 "타자가 잘 친 것"이라고 했다.

체인지업이 낮게 잘 떨어졌다. 그러나 김하성이 자세를 낮추면서 방망이 궤적을 낮췄다. 공을 걷어 올린 뒤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결과적으로 자세가 흐트러졌음에도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다.

김하성의 정교한 배트컨트롤과 파워를 동시에 확인한 장면이었다.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 타격 페이스를 상당히 끌어올렸다는 걸 입증한 장면이기도 했다. 최근 5경기서 4홈런. 서서히 야구가 풀린다. 최근 10경기서 타율 0.297 4홈런 11타점.

5월 타율 0.236, 6월 타율 0.299였다. 작년 같은 활화산 타격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김하성은 15일 고척 NC전을 앞두고 "올 시즌 유독 잘 맞은 타구들이 많이 잡혔다. 그런 부분이 제일 힘들었다. 타격 코치님과 기술적인 부분과 함께 멘탈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다"라고 돌아봤다.

계속해서 "주위에서 힘 내라고 하는데도 계속 잘 맞은 타구가 잡히니까 정말 쉽지 않더라. 지금까지도 운이 너무 없다. 사실 감이 좋은 편은 아닌데 최근 홈런이 많이 나왔다. 바빕(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이 돌아오면, 타율, 출루율, 장타율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재학에게 뽑아낸 홈런을 두고서는 "무릎을 꿇었다기보다 낮은 볼이 배트에 맞고 나서 무릎이 꿇어졌다. 낮은 볼을 치다 보니 그렇게 됐다"라고 했다. 다만, "작년보다 힘이 좋아진 건 맞다. 작년에 목표보다 홈런을 못 쳤기 때문에 올해 웨이트트레이닝에 시간을 투자했다. 20홈런 이상 치고 싶다"라고 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한다. 이날 그것에 대해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힘을 키우고 20홈런에 신경 쓰는 것도 팀의 우승 목표와 함께 자신의 메이저리그 도전과도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 시점에서 체크해야 할 건 두 가지다. 일단 좌투수 상대 애버리지다. 지난해 김하성은 좌투수에게 타율 0.301 6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2루타도 8개를 뽑아냈다. 좌우투수를 가리지 않고 잘 쳤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5일까지 타율 0.200 1홈런 7타점 2루타 2개다. 15일 고척 NC전서도 NC 좌완 선발 최성영에게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눌렸다.

김하성은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국내에 좌투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없고, 불펜 좌투수들을 거의 상대하지 않는다. 공을 많이 못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요즘 좌투수들이 보유한 구종도 많고, 좋은 투수가 많다. 크게 안 맞는다는 느낌은 없다"라고 했다.

또 하나는 멘탈 관리다. 잘 맞은 타구가 많이 잡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을 조금씩 극복해내고 있다. 그러나 그게 끝은 아니다. 타순의 핵심과 다름 없는 2번이다. 타격 페이스를 올릴수록 견제도 심해진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이자 올 시즌 몇 차례 다친 발목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김하성은 "멘탈이 중요하다. 어릴 때는 타격이 잘 안 될 때 수비에, 수비가 잘 안 될 때 타격에 영향을 심하게 받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수비 실수를 해도 타석에서 위축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올 시즌 수비는 종종 쉬운 타구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 최근 3루수 출전 빈도도 높아졌다. 김하성은 "운동선수라면 어느 정도의 통증은 다 갖고 있다. 경기를 하는 것에 문제는 없다. 3루수는 움직임이 적다 보니 덜 힘든 부분이 있다. 체력 세이브가 된다. 다만, 계속 유격수를 봤기 때문에 유격수로 움직이는 게 편하다"라고 했다.

[김하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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