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무명에서 믿을맨으로, '간절함' 품은 두산 채지선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흔들리는 두산 불펜에 채지선이라는 한줄기 빛이 등장했다. 장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5년 무명생활을 털고 이제 두산 불펜의 믿을맨이 되려 한다.

채지선은 광주제일고를 나와 지난 2015 2차 1라운드 8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시절부터 체인지업을 능숙하게 다루며 1라운드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입단 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고, 2군에만 머물러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했다. 지난 5년 동안 그에게 1군 마운드는 그야말로 꿈의 무대였다.

채지선은 2020 스프링캠프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한 그는 묵직한 직구와 예리한 체인지업을 뿌리며 1군 등판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수조장 유희관은 “개인적으로 채지선, 김민규가 가장 좋아진 것 같다”고 호평했고, 평소 내색을 잘 하지 않는 김태형 감독도 일본에서 채지선의 발전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올해 개막 엔트리 합류와 함께 5월 5일 개막전에서 마침내 데뷔의 꿈을 이뤘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제구 난조로 인해 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의 부진 속 다시 2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1군을 한 번 맛보고 내려간 2군에서의 30일은 약이 됐다. 6월 5일 1군으로 복귀해 6월 한 달을 9경기 평균자책점 3.72로 마무리했고, 5일 잠실 한화전에선 1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홀드를 수확하는 기쁨을 안았다.

김 감독은 “(채)지선이가 중간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다. 최근 던지는 걸 보면 굉장히 자신감이 있다”며 “이렇게만 던진다면 필승조로 들어갈 수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채지선과의 일문일답이다.

-개막전과 최근 등판의 차이점은.

“이제 못 던지면 1군에 못 온다고 생각하니 더 간절하게 던지게 된다. 1군에서는 매일 전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공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막상 마운드에 올랐을 때 내 공을 못 던졌다. 간절하지 않으면 내 공을 던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살려고 하니 스트라이크가 들어간다.”

-2군에서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

“체인지업으로 폭투를 두 번이나 범해 바닥에 아예 안 던지려고 체인지업을 높은 코스에 던지는 연습을 한 달 내내 했다. 그러다가 다시 지금은 낮게 던지고 있다.”

-장기인 체인지업은 언제 배웠나.

“고등학교 때 책을 보고 처음으로 던져봤다.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에 실전에서 던져봤는데 그 경기서 노히트노런을 했다. 광주 전국체전 예선전으로 기억한다. 손이 작기 때문에 공을 감싸는 게 아닌 끼운다는 느낌으로 잡는다. 그 그립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1군에서 체인지업의 효과를 느낀 순간이 있었나.

“주변에서 계속 좋다고 해주시니 좋아지는 것 같다. 김원형 코치님이 체인지업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포수 박세혁이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들었다.

“항상 좋은 말을 너무 많이 해준다. 주로 자신감을 갖고 흥분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10초 있다가 던져도 되니 흥분하지 말라고 말한다.”

-첫 홀드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부모님의 반응은.

“부모님은 원래 욕심이 너무 많으셔서 생각보다 별로 안 기뻐하셨다(웃음). 사실 나도 큰 느낌은 없었다.”

-첫 홀드 공을 유희관이 챙겨줬다고 들었는데.

“사실 기념구를 갖고 싶었는데 소심해서 말을 못했다. 그 때 (유)희관이 형이 챙겨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나이스볼’이라고 칭찬해주셨다.”

-야구선수 중 ‘지선’이란 이름이 흔치 않은데.

“사실 예전에 개명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작명소에서 이름을 받아왔는데 ‘금탁’이라는 이름이었다(웃음). 그래서 그냥 지금의 이름을 쓰기로 했다. 현재는 개명 생각이 없다.”

-등번호 41번의 의미는. 정재훈 코치의 현역 시절 번호여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신인 때 그냥 받은 번호다. 원래 학창시절부터 한 번호를 받으면 끝까지 썼다. 프로에서도 그러고 싶다. 형들이 영구결번을 달았다고 말하는데 그럴 때마다 코치님 얼굴이 떠오르면서 더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향후 선발 욕심은.

“원래 선발만 하다가 프로에 와서 처음 불펜을 해봤다. 불펜이 엄청 힘들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편한 건 선발이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는.

“우에하라 고지다. 메이저리그서 통하지 않을 구속인데 엄청 잘 던졌다. 대단한 투수 같다. 직구가 낮게 들어가는데 포크볼도 그 코스로 그대로 가서 떨어지니 미국 타자들이 속는다. 흉내 내려고 노력도 해봤다. 많이 좋아하는 투수다.”

-체인지업 외에 연마하고 싶은 구종이 있나.

“유희관 형의 커브다. 구종이 전반적으로 다 빨라서 느린 구종도 연마하고 싶다.”

-향후 각오.

“계속 마운드에 오르며 실점하지 않고 승리투수의 승리를 지켜주고 싶다. 계속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채지선.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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