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팍서 가을야구 못해 죄송했다" 삼성 김상수, 31세에 맞은 레벨-업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최창환 기자] 리드오프 겸 2루수. 다소 늦었지만, 삼성 라이온즈 프랜차이즈스타 김상수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찾은 것 같다. 커리어-하이를 새로 쓸 기세고, 삼성도 한동안 잊고 지냈던 위치까지 올라섰다.

삼성 라이온즈의 파죽지세가 심상치 않다. 삼성은 지난 7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투타의 조화를 묶어 13-2 완승을 따냈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을 따낸 삼성은 LG 트윈스를 0.5경기차로 제치고 4위까지 올라섰다. 삼성이 4위 이상의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5시즌 정규시즌 마지막 날인 2015년 10월 5일 이후 1,737일만이다. 왕조 시절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 있어 매우 의미 깊은 도약이었다.

김상수는 “최근 몇 시즌 동안 ‘가을야구’ 싸움을 못했다. 하지만 요새는 팀 분위기가 좋고, 4강 싸움까지 하고 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여러모로 팀이 좋은 쪽으로 가는 것 같아서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의 도약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김상수의 활약상이다. 김상수는 주로 1번타자를 맡아 53경기 타율 .333(186타수 62안타) 15타점 36득점(공동 10위)을 기록했다. 김상수의 커리어-하이는 2013시즌에 기록한 타율 .298였다. 왕조 시절처럼 슈퍼스타가 즐비하지 않은 상황서 생애 첫 타율 3할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레벨-업이다.

김상수는 이에 대해 “나만의 타격 폼이 생긴 것 같다. 안 맞으면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슬럼프도 길지 않다. 내 것이 생겨 현재까진 큰 부진 없이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상수는 이어 왕조 시절과 현재 팀 전력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그땐 내가 어렸고, 형들이 야구를 너무 잘하기도 했다. 홈런타자가 많아 한 방으로 좌우되는 경기도 많았다. 현재의 삼성은 홈런보다는 도루를 비롯한 세밀한 플레이를 많이 한다. 그 시절과 비교해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팀플레이도 그때보다 좋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유격수에서 2루수로 자리를 옮긴 것도 ‘신의 한 수’다. 김상수는 이학주가 입단한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2루수를 맡게 됐고, 올 시즌에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멀티히트(16회)는 로베르토 라모스(LG), 애런 알테어(NC) 등과 함께 공동 9위다.

김상수는 “큰 차이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유격수보단 수비 부담이 덜하다. 그러다 보니 타격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됐고, 타격할 때 더 편한 느낌도 있다. 이외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삼성은 2011시즌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그 사이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하며 왕조를 구축한 바 있다. 하지만 2016시즌 9위로 추락하며 내리막길을 걸었고, 김한수 감독 체제 하에 치른 최근 3시즌 역시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했다.

공교롭게 2016시즌은 삼성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이전한 후 치른 첫 시즌이다. 최신식시설을 갖춘 구장에서는 그간 익숙했던 ‘가을야구’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셈이다. “좋은 야구장을 지은 이후 ‘가을야구’를 못했다. 그 부분이 제일 죄송하고 아쉬웠던 부분이다.” 김상수의 말이다.

시즌 일정의 40%도 소화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가을야구’를 논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다만, 삼성이 재건에 돌입한 후 가장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볼만한 전력과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삼성은 모처럼 승리에 익숙한 경기운영을 펼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야구장에는 함께 호흡해줄 팬들이 없다. KBO는 7월초 제한적 관중 입장을 추진했었지만, 최근 들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여 ‘없던 일’이 됐다. 여전히 관중 입장 시기는 불투명하다.

김상수는 “요즘 우리 팀의 야구가 잘 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다. 팬들이 (야구장을)많이 찾아주실 수 있는 성적인데…. 언제부터 관중 입장이 가능해질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상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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