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음주운전 3번이 연봉+재능 기부로 용서될까 [이후광의 챌린지]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진정 강정호는 3차례의 음주운전이 연봉 및 유소년 재능기부로 용서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강정호는 지난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구팬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예전에는 야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진정한 반성은 앞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라는 사과문 낭독에 이어 KBO리그 복귀가 이뤄질 시 음주운전 피해자들에게 연봉 전액을 기부하고 은퇴하는 순간까지 야구 관련 유소년 재능기부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진정성의 의심되는 사과

강정호는 음주운전이 무려 3차례나 적발된 중범죄자다. 2009년, 2011년에 이어 2016년 12월에는 단순 음주운전이 아닌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강정호는 음주 상태서 가드레일을 받고 호텔로 도주해 숨었고, 조사 과정에서 동승자가 자신이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법적, 윤리적으로 모두 치명타를 입은 사건이었지만 강정호는 소속사를 통해 짧은 사과문을 발표했을 뿐이었다.

23일 기자회견에서 강정호는 “죄송하다”는 말을 수십 번 내뱉었다. “예전에는 교만했었다”, “야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며 젊은 날의 실수를 진심 어리게 뉘우쳤다. 그러나 그렇게 죄송한 행동을 해놓고 왜 3년 반 동안 고작 짧은 서면 사과문 하나를 발표하는 데 그쳤던 것일까.

이는 강정호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KBO리그에 복귀하기 위해 2016년 12월 음주 뺑소니 사고 때 보이지 않았던 KBO리그 팬들이 이제야 보인 거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 당시는 음주운전에도 자신을 여전히 스타플레이어로 대접해준 피츠버그가 있었지만 이젠 선택지가 키움 하나로 좁혀졌다. KBO 역시 1년 유기 실격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며 키움의 선택과 여론에 따라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론 전날의 사과가 진심이었을 수도 있지만 시기가 여론에 색안경을 끼웠다. 이 모두 강정호가 자초한 일이다.

▲진정한 유소년 참교육에 대하여

강정호가 기자회견에서 두 번째로 많이 꺼낸 단어는 ‘유소년’이었다. 음주운전에 대해 속죄하는 의미로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은퇴할 때까지 야구 재능기부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고 싶다. 나도 어렸을 때 많은 인성교육을 받았지만, 프로에 와서 내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는 것 같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고 기술 외에 인성 교육에도 힘쓰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그러나 음주운전 자가 야구계로 복귀해 유소년에 재능을 기부하는 건 참교육과 거리가 멀다. 은퇴를 통해 음주운전으로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는 게 논리적이다. 그런 점에서 강정호를 적임자로 볼 수 있다. 강정호는 KBO리그 대표 유격수로 출발해 메이저리그 한 팀의 간판타자까지 도약했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돈, 명예, 일자리를 모두 잃었다.

게다가 유소년 재능기부는 KBO리그에 복귀하지 않고도 개인이 충분히 지속해나갈 수 있는 활동이다. 이미 유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강정호는 기자회견장에서 이들을 통해 더 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마음이 진심이라면 아이들을 위한 옳은 방향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강정호는 KBO리그 복귀에 실패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면서 평생 속죄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모든 건 원소속팀 키움의 손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키움이 KBO보다 더 강한 징계를 부과해 사실상 재능기부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어떨까. 그게 강정호가 말하는 ‘변화된 모습’에 가장 부합할 것 같다.

[강정호.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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