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고? NO…재밌는 영화"…'프랑스여자' 김호정→김지영이 그려낸 이방인 [MD현장](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저는 '프랑스여자'가 제 영화들 중 가장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프랑스여자'(감독 김희정) 언론시사회가 열려 김희정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호정, 김지영, 류아벨이 참석했다.

'프랑스여자'는 20년 전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 미라가 서울로 돌아와 옛 친구들과 재회한 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특별한 여행을 하는 이야기로 '열세살, 수아' '설행_눈길을 걷다' 등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매 작품 평단의 호평을 받아온 김희정 감독의 4년만의 신작이다.

40대 중년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프랑스 국적을 가진 한국 여자의 이방인 위치, 일상인과 예술인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의 쓸쓸함과 불안 등을 다층적으로 표현해냈다.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기도 했다.

이날 김희정 감독은 "외국에 사는 한국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만나보면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자기 나라를 떠나서 산다는 거 녹록치 않고, 한국에 들어와서 살기엔 이미 그 나라화가 되어있었다. 그 사이에 있는 여자들을 보며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그 여성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굉장히 감개무량하다. '설행_눈길을 걷다' 시사회 당시에 프랑스 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다시 만나게 돼 기분이 묘하다"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관록의 배우 김호정은 20년 전 배우를 꿈꾸며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가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해 통역가로 파리에 정착한 미라 역을 맡았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 프랑스 국적의 한국여자로 분한 그는 서울과 파리,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인물의 혼란스러운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김호정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굉장히 강렬했다. 섬세한 시나리오였다. 고민할 여지없이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마침 제가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가 반백 살쯤이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지, 어떤 연기를 해야할지 고민하던 중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공감하는 부분이 커서 그런 부분에 집중했다"며 "처음에는 굉장히 겁을 냈다. 연극하는 건 경험이 있었지만 불어나 통역가 역할을 한다는 게 큰 부담이었다. 조금씩 불어를 배웠다. 또 미라의 모델이 있는데, 그 분도 만났다. 꽤 오래 전에 독일 교포를 한 적이 있다. 원래는 그것도 다른 나라 교포였는데 제가 바꿔달라고 했었다. 주변에 독일 친구들이 있어서 바꿨다"라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그는 "사실 불어가 쉽지가 않다. 가장 힘들었던 게 불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또 굉장히 더웠을 때였다. 그 때 폴라티를 입고 촬영을 했는데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힘들었다. 실제 제 상대 배우와 훈련을 많이 해서 현장에선 잘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런 김호정에 김 감독은 "미라 역은 김호정밖에 할 수 없다. (김)호정 씨는 연극을 굉장히 많이 했었고 해석력이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여러 감독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프랑스 여자 같잖아'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심지어 프랑스에 있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봉준호 감독도 그럴 정도였다. 그런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배우였다. 이 역할은 호정 씨 뿐이다"라고 극찬했다.

미라의 오랜 친구이자 낙천적인 성격의 영화감독 영은 역을 맡은 김지영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영화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김호정의 출연 소식을 듣고 단번에 합류를 결정했다는 그는 "감독님의 첫 장편인 '열세살, 수아' 때 인연이 닿을 뻔 했는데 못 닿았다. 제가 감독님 영화를 되게 좋아한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사석에서 감독님과 만났다. 그냥 헤어졌는데, 영은 캐릭터에 제가 걸맞다고 생각하셨나보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작품 속 영은은 감독님의 모습 같았다. 제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저도 맞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편안하게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호정 또한 "김지영 배우는 연기나 본 모습이 너무 똑같다. 정말 화통하고, 현장 분위기를 좋게 해서 즐거웠다"고 치켜세웠다.

류아벨은 미라와 함께 배우의 꿈을 꿨던 후배 해란을 연기했다. 해란은 예민하고 불안정한 성격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2년 전 스스로 세상을 떠난 인물, 동시에 류아벨은 현재에서 떠오르는 배우인 는 지현아를 연기, 1인 2역에 도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꿈을 꿨을 때 꿈을 설명하려면 너무나 오랜 시간 이야기해야 한다. 꿈 속에선 시간이 얼만큼 흐르는지 모르지만 엄청난 사건들이 많다. 거기서 현실인지, 꿈인지 혼란스러움을 많이 느낀다. 그런 걸 영화로 만들면 이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저도 이런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도전하고 싶었고, 너무 감사하게 좋은 감독님과 선배님들을 만나서 더 신비로운 작업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제가 사람인지, 아닌지, 실제인지, 가짜인지 등 많이 생각했지만 연기할 때는 생각하지 않았다. 관계에서 오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 해란은 영은과 끈끈한 사이이지만 미라와는 다른 게 있다고 봤다. 관계적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최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부부의 세계' 등으로 주가를 올린 김영민이 20년 전 미라를 짝사랑한 연극 연출가이자 여전히 미라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성우 캐릭터를 연기해 극의 풍성함을 더했다.

무엇보다 김희정 감독은 '프랑스여자'에 대해 "저는 이 영화가 제 영화들 중 가장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들 '저 여자가 왜 저러는 거야'라는 반응이 많은데, 그게 재밌는 요인이다. 전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느껴지는 대로 보이는 영화다. 배우들도 느낌이 다 달라서 해석이 안 된다고 하신 거지, 답을 찾으려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는 4일 개봉.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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