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새로 이사 온 미카엘(조 허란)은 파란색을 좋아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다. 유난히 잘 어울리는 짧은 머리로 금세 친구들을 사귀는 미카엘의 진짜 이름은 로레. 여동생 잔(말론 레바나)도 잘 돌봐주고, 새로 사귄 친구 리사(진 디슨)에게는 호감을 얻는다. 그러나 로레는 소녀와 소년 사이에서 약간의 혼란을 느낀다. 남자아이를 동경하는 로레가 동네 친구들과 어울릴수록 그의 성 정체성이 조금씩 드러나며 위기가 찾아온다.

자동차=이사오는 첫날, 로레는 아버지의 차에서 선루프를 열고 신선한 공기와 산뜻한 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다. 자연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듯, 로레 역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다. 아버지는 로레를 무릎에 앉히고 운전을 함께 하는데, 이 장면은 로레가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스스로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아버지는 로레를 응원할 것이다.

축구=자신의 이름을 미카엘이라고 소개한 로레는 남자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축구를 즐긴다. 그는 여자아이는 축구를 못한다는 편견을 보기좋게 날려버린다(치마를 입은 리사가 축구를 구경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로레는 단지 ‘이름’만 미카엘로 바꿨다. 그러니까,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10살 아이 로레는 어떠한 선입견 없이 편하고 자유롭게 놀고 싶었을 뿐이다.

숲과 강=숲은 모든 것을 감추는 공간이고, 강은 모든 것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로레는 숲이든 강이든 친구들과 재미있게 어울린다. 성 정체성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로레가 행복을 느끼며 일상을 평화롭게 영위하는 것이 아닐까. 숲에서도, 강에서도 로레는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더 뛰어난 기량으로 ‘놀이’를 즐긴다. 로레는 지금 자신의 마음 속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고 싶어한다.

자매애=잔은 언니가 밖에 나가 소년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앙증맞고 귀여운 잔은 언니를 최전선에서 지켜준다. 그는 ‘언니라면 소녀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고 싶은 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언니에게 공감을 느낀다. 잔에게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로레는 앞장 서서 해결해준다. 서로를 지켜주는 자매애가 더할 나위 없이 뭉클하다.

이름=싱그러운 햇살을 받으며 신나게 뛰어 놀았던 로레에게 개학이 다가온다. 사회 시스템 속에 자신의 ‘진짜 이름’을 밝혀야하는 순간이다. 소녀와 소년 사이에서 갈등하는 로레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솔직함’을 감추고(성 정체성이든 꿈이든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유년 시절을 건너온 어른이라면, 로레를 따뜻하게 응원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

[사진 = 블루라벨픽쳐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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