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웨딩 인 뉴욕’,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아이러니[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인도에서 아동 재단을 운영 중인 이자벨(미셸 윌리엄스)은 세계적 미디어 그룹 대표 테레사(줄리안 무어)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제안받는다. 반드시 뉴욕에 와야 한다는 특별한 조건에 어쩔 수 없이 뉴욕으로 향한 이자벨은 급기야 테레사의 딸 그레이스(애비 퀸)의 결혼식까지 초대받는다. 그 결혼식에서 20여년 전 자신이 선택했던 결과와 마주하게 된 이자벨은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의 시놉시스만 보면, 언뜻 아이를 둘러싼 치정극처럼 보인다. 이자벨은 옛 연인 오스카(빌리 크루덥)와의 사이에서 18살에 아이를 낳았다. 자신이 처한 조건에서 키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오스카와의 합의 하에 딸을 입양 보낸 그는 인도로 떠나 고아원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해나갔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이자벨은 결혼식장에서 오스카가 당시의 약속을 어기고 테레사와 함께 아이를 키운 사실을 알게 된다.

감정을 격하게 폭발시키거나, 상대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 일 따위는 이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다.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성공한 기업가 테레사가 왜 이자벨을 뉴욕에 부르고 거액을 후원하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주면서 하나씩 퍼즐을 맞춰 나간다. 테라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는 인도에서 자식처럼 키우고 있던 어떤 아이와 헤어져야할 운명이다. 이자벨은 또 다시 딜레마에 빠진다.

이 영화의 원작은 수잔 비에르 감독의 2006년작 ‘애프터 웨딩’이다. 원작에서 매즈 미켈슨이 이자벨 캐릭터와 같은 제이콥 역을 연기했다. 바트 프룬디치 감독은 주인공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는 크로스 젠더를 감행했다. 이를 통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이자벨과 테레사의 운명이 서로 얽히는 과정을 통해 아이의 양육과 자신의 일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여성의 선택과 책임을 섬세하면서도 진중하게 다룬다.

불가항력적인 삶의 비극과 마주한 테레사는 남편 오스카 앞에서 “우리가 세상을 지나가는 걸까? 세상이 우리를 지나치는 걸까?”라고 묻는다. 이자벨과 테레사는 “세상을 지나가는”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간이 흘러 “세상이 우리를 지나치는” 현실과 마주한다. 결국 이 영화는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아이러니에 빠진 두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이 우리를 지나칠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사진 = 영화사 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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