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n번방 사건 조주빈, 당연히 예견된 일…그동안 누가 처벌받았나" (서지현 검사)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성범죄자 'n번방 박사' 조주빈(25)을 파헤쳤다.

2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선 잔혹한 텔레그램 성범죄를 저지른 n번방 '박사' 조주빈을 집중 탐사보도했다.

이날 제작진은 조주빈의 검거 현장 CCTV 영상을 최초로 공개해 시선을 모았다. 영상 속 조주빈은 인천 자택에서 경찰에 붙잡혀 순순히 차량에 올라타는 모습이었다.

이웃주민은 "옆집이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우당탕탕. 깜짝 놀라서 뛰어갔다. 저쪽 집 문이 열려있더라. 안에서 누가 왔다갔다 하고 밖에서는 한 사람이 서 있더라. 아마 그날 체포된 날일 거다"라고 목격담을 밝혔다.

제작진은 "조주빈이 '소개업체-기획사 사장' 두 개의 아바타를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단골 수법이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자신을 '캄보디아 거주지' '아이스 마약 판매상'이라고 거짓으로 설정했던 조주빈. 하지만 그는 평범한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평소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고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피해자는 "조주빈이 어디서나 볼 법한, 흔한 얼굴이라 허탈했다"라며 "그 정도로 어릴 줄은 몰랐다"라고 허탈감을 드러냈다.

또한 피해자는 "조주빈에게 협박을 받는 와중에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서에 가고 나서까지도 조주빈은 계속 협박했다.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조주빈은 링크를 보내면서 '이 방에 네 영상 올릴 거니까 기대하라'고 그러더라. 그리고는 실제로 (영상을) 올렸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지금은 텔레그램이지만 인터넷에 사진을 다 유포할 거라고 협박했다. 영상 찍기를 거부하면 어김없이 협박했고, 제 개인 정보를 다른 사람한테 넘기기도 했다"라고 얘기했다.

조주빈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박사'라는 가명을 쓰고 텔레그램 '박사방'에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어 올렸다. 휴대전화 9대를 동원했으며,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74명으로 이중 미성년자는 16명이다.

18세 여성 피해자 B 씨는 "심심해서 평소처럼 랜덤 채팅을 하다가 갑자기 '돈 벌 생각 없냐'라는 쪽지를 받았다. 그렇게 호기심으로 시작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시작은 새끼손가락을 올리고 찍은 얼굴 사진이었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사진을 요구했다. 그렇게 찍다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춤추는 영상이랑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영상을 요구당해 올렸다.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몰랐다"라고 털어놨다.

B 씨는 "조주빈이 알바비를 현금으로 보내야 한다면서 주민등록증과 통장 사본을 요구했다. 미성년자이기에 주민등록증이 없다고 하니까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더라. 이후 조주빈이 너네 집 근처로 직원을 보낼 테니 나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갔더니 덩치 큰 남자가 있었다. 차를 타고 강제로 관계를 맺은 뒤 영상을 찍게 했다"라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조주빈이 직원이라고 칭한 이 남성도 검찰에 검거되어 구속됐다.

또 다른 피해자는 "피해자들은 죽을 때까지 계속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저희는 잊을 수가 없다. 길을 가다가도 '저 사람이 내 사진을 보진 않았을까?' 이 생각이 당연히 들을 수밖에 없다"라고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조주빈은 텔레그램에서 자신을 추적하는 언론사를 언급해 근거없는 비방을 하거나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PD 최광일은 조주빈 취재 과정을 이야기하며 "저 역시 협박과 회유에 시달렸다. '가족을 다 파겠다'는 식의 협박을 했다. '예의를 갖춰라'라며 '한국 치안이 좋지 못하다. PD님 생년월일만 알면 사돈 팔촌 정보까지 다 나온다'라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최 PD는 "하지만 그건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보도가 나가면 다른 피해자들을 더 많이 만들겠다는 협박들이 이번 방송을 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다. 피해자들에게 제 이름을 언급하게 해 '살려달라'는 식의 영상을 만들어 협박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이걸 보도하는 게 맞나? 취재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조주빈은 '박사회견'이라는 대화방을 개설해 제작진에 대한 거짓과 조롱을 쏟아냈다. 방송이 나간 후에도 조주빈은 반성의 기미는커녕 '고객분들이 두려워한다. 저를 못 잡으니 깽판 놔서 자료 확산이라도 막아내려는 것이다. 검증받을 만큼 받은 박사다. 극복할 만큼 극복한 박사다. 믿고 들어오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범죄학연구소 염건령 소장은 조주빈에 대해 "조주빈은 완전히 제3자적 화법이다. 내가 한 행위는 사이버상에 이상한 인격체, 악마인 박사가 한 것이라고 분리하고 있다"라고 짚어다.

이어 "이 친구는 아예 잡혀 올 때부터 이미 설계를 한 거다. 본인이 언젠가 잡힌다면 다른 이슈로 덮어버리고, 묵비권을 행사고 다 설계를 해놨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조주빈은 일말의 죄의식이 없다"라고 밝혔다.

염건령 소장은 "조주빈이 박사방 안에서 하고 싶은대로 다하고 권력의 맛을 봤다. 또 '불법의 왕국' 이 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을 한 거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에선 서지현 검사와의 인터뷰도 전파를 탔다.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국내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는 'n번방' 디지털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 대외협력팀장을 맡았다. TF는 법무부가 자체 대응을 위해 15명 규모로 꾸렸으며 △수사 지원팀 △법·제도개선팀 △정책·실무연구팀 △피해자보호팀 △대외협력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잡아볼테면 잡아보십시오. 저는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라며 메시지를 남겼던 조주빈.

이런 조주빈에 대해 서지현 검사는 "조주빈은 스스로가 악마와 같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주빈이 텔레그램 안에서 특별한 존재, 신적인 존재라고 받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조주빈은 그 안에서 악마가 아니라 영웅인 거다. 악마란 그들에겐 '신'과 동일한 언어일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n번방 사건을 처음 본 것처럼 '초유의 사건'이라고 보시고들 있는데, 사실 당연히 예견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일베, 소라넷 사이트 등에서 유사한 성범죄가 있었는데 그동안 누가 처벌을 받았다. n번방 사건은 전혀 새로운 범죄가 아니라 단지 플랫폼만 바뀌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서지현 검사는 "흔히들 사이버 범죄는 가상현실이라 실재하지 않고 가볍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실제로 형량도 낮고 처벌 수위도 낮다. 와치맨도 3년 6월의 구형을 받았고, 켈리는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조주빈 역시 이러한 솜사탕 처벌이 우려된다. 그래서 최대한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게 목적이다. 현행법상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고쳐나갈 계획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적극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 대책을 세워놓지 않으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세상은 지옥이 될 거다. 지금이 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정말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질 때까지 함께 분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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