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의 편지 “동근이 형, 아직 박수칠 준비 안 됐는데…”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아직 박수칠 준비가 안 됐는데….” 양동근의 은퇴 소식에 만감이 교차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앞섰던 감정은 팬들과 다를 바 없었다. 서울 SK 주장 김선형(32, 187cm)도 양동근의 은퇴에 아쉬움을 표했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주장이자 한국 농구의 전설로 불리는 양동근이 은퇴를 선언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동근이 2019-2020시즌 종료 후 구단,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은퇴하기로 결정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양동근은 1일 KBL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향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해외 연수를 추진할 예정이다.

KBL 역사에 남을만한 커리어를 쌓은 양동근은 불혹에 맞이한 2019-2020시즌에도 건재를 과시했다. 40경기에서 평균 10득점 3점슛 1.9개 2.7리바운드 4.6어시스트 1.2스틸로 활약한 것. 특히 평균 28분 24초는 국내선수 가운데 12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현대모비스와의 계약이 만료된 양동근은 현역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양동근의 은퇴 소식을 접한 김선형은 “만감이 교차했다. 레전드 반열에 올라선 대단한 선수가 은퇴를 했다. 대학교 4학년 때 대표팀에서 처음 만났는데, 이후 (양)동근이 형과 대표팀에서 쌓았던 추억이 생각났다. 데뷔 후 8시즌 동안 맞대결도 많이 가졌다. 아직 기량이 하락세가 아닌데 은퇴를 하셨다. 그래서 더 아쉽다”라고 말했다.

양동근은 최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팬들은 양동근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여전히 경쟁력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이기도 하지만, 대단한 업적을 쌓은 슈퍼스타의 마지막 시즌이 너무도 허무하게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는 코로나19 여파로 조기에 종료됐다. 지난 2월 28일 서울 삼성과의 원정경기가 양동근이 치른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됐다. 누구도 준비하지 못한, 예상치 못한 양동근의 마침표였다.

김선형은 “박수칠 준비가 안 됐는데 떠나셔서 아쉽다. 마지막 시즌을 잘 치르고 은퇴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조기 종료된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 많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김선형에게 양동근은 존경하는 선배이자 넘어야 할 산이었다. 김선형은 프로 2년차인 2012-2013시즌에 SK를 정규리그 역대 최다인 44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와의 챔프전에서는 스윕을 당했다. 당시 챔프전서 공수에 걸쳐 존재감을 과시한 양동근은 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됐다.

김선형은 챔프 4차전이 끝난 직후 “기회가 된다면, 챔프전에서 다시 현대모비스와 동근이 형을 만나 멋진 대결을 하고 싶다. 그땐 우리 팀이 승자가 될 수 있도록 실력을 갈고 닦을 것”이라고 포부를 남겼다. 하지만 끝내 김선형과 양동근의 챔프전 재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나도 그게 아쉽다”라고 운을 뗀 김선형은 “오죽하면 당시 시상식에서 유재학 감독님, 동근이 형에게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라는 말씀을 드렸겠는가. 2012-2013시즌 챔프전에서 무너졌지만, 그때의 패배가 5시즌 뒤 챔프전 우승을 따내는 데에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대표팀에서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김선형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서 양동근과 함께 한국이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는 데에 공헌했다. 아시아컵에서도 꾸준히 양동근과 한국의 앞선을 이끌었다.

대표팀에서의 인연은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선형은 김종규(당시 경희대 1학년)와 함께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15인 명단에 포함됐다. 해외 전지훈련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김선형, 김종규는 결국 최종 12인에서 탈락했다.

김선형은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합숙을 오랫동안 해서 형들과 정도 들었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싶다는 마음도 강했다. 그런데 막판에 탈락해 울면서 숙소(태릉선수촌)를 나갔다. 동근이 형이 그때 울었던 걸 아직도 놀린다(웃음)”라며 웃었다.

김선형은 이어 “은퇴하셔서 아쉽지만,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길을 걸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실 텐데, 그 길도 레전드라고 불렸던 선수 시절처럼 탄탄대로이길 바란다. 신인 시절부터 8년간 함께 선수 생활을 한 나도 좋은 추억을 갖게 됐다. 값진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선형.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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