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 그대의 '화분'에 '위로'의 꽃 피리라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세정이 유일하게 드러낸 커다란 눈으로 흐드러지게 웃는다.

"저만의 장점은…, 음 투박하지만 진실됨 같은데요? 하하."

세정과의 인터뷰는 도리어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쓴 채 진행된 인터뷰였는데, 마주한 세정의 눈에는 '왜 가수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진심'이 한아름 담겨있었다.

"이번 솔로 앨범 '화분'에도 여러 장르가 실려있지만, 사실 주제는 크게 변하고 싶지 않았어요. '위로'란 주제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거든요."

그 진심이 '위로'였다.

세정이 유난히 강조했던 말이다. 단지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싶어서' 노래를 쓰고 불렀다는 이유가 아니었다. 위로가 필요한 건 세정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느껴요. 하지만 위로를 못 받는 사람도 있고, '내 얘기를 아무도 못 알아주는구나' 싶은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가수를 처음 꿈꿨던 순간부터 공감을 드리고 싶었어요. 저도 그런 '위로'를 받고 싶었거든요."

'갓세정'이란 별명을 얻으며 데뷔한 게 2016년이었다. '프로듀스101'에서 최종 2위에 오르며 전 국민이 세정을 주목했고,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돌려줬다. 아이오아이로도, 구구단으로도, 세정의 밝고 해맑은 웃음은 늘 화사한 꽃처럼 지켜보는 이들마저 설레게 했다.

하지만 정작 세정 자신은 급격하게 요동치는 주변의 환경과 시시각각 급변하는 삶으로 인해 어린 그 마음이 힘에 부쳤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웃음을 지어야 하는 건, 세정에게는 마음의 짐이었다.

"혼란도 많고, 생각도 많던 시기가 있었어요.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않아서 독이 되고, 혼자만의 시간을 잘못 가져서 독이 되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때 느낀 건 '나를 꺼내줄 수 있는 사람 곁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였어요. 언제나 제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요."

"회사에 얘기해서 쉬고 싶다고 한 적 있어요. 근데 아무 것도 안하고 쉬다 보니까 '사람들이 이대로 날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도 들더라고요.

하지만 어느 순간 '지금 이게 내 삶의 전부가 아닐 텐데 왜 무서워하고 있지?' 싶었어요. '그래, 한발자국씩 나아가자' 마음 먹었고, 그렇게 몇 발자국 더 나아가서 지금은 문을 열고 나와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어요."

그 순간을 잊지 않고 그때 기록한 '위로'의 씨앗을 '화분'에 심었다. 늘 밝게 웃던 세정이 잠시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채 스스로를 위로했던 시간. 그날들에 세정이 자신을 다독이며 썼던 곡들이 지금 세정에겐 애틋하고 소중한 기록이 된 것이다.

"제가 저를 위로하기 위해 쓰다 보니까 그 시기에 가장 많은 곡이 나오더라고요. 막상 누군가를 '위로해야지' 하다 보면, 정작 위로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요. 위로를 받으면 왠지 '꼭 나아져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부담이요. 그래서 전 그냥 제 얘기를 들려드리고, 다른 분들이 공감하시길 바랐어요."

위로가 필요했던 세정의 마음이 씨앗이 되어 하나하나 애틋한 노래로 심어진 앨범 '화분'.

무더운 여름을 견디고 서늘한 가을에 잠시 숨을 돌린 뒤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나면 기필코 새로운 봄날이 찾아와, 그 씨앗들에서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꽃이 필 '화분'이다.

"제가 아직 노래로 인정 받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세정이가 부르는 노래는 뭔데?' 하면 저 역시 무엇이 떠오를까 싶거든요. '세정이 목소리가 뭐였지?' 했을 때 무언가 떠오르게 하는 게 지금 제 목표예요.

그래도 애정과 열정을 쏟아 부으려고 노력한 앨범이니까요, 조금은 투박하고, 이상해 보일지라도 아직 시작이니까, '아, 세정이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려는구나' 하고 그 마음만 알아봐 주셔도 참 기쁠 것 같아요."

[사진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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