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리포트: 비키바흐 압도한 그레이, 잘 받아먹으면 된다

[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잘 받아먹으면 된다.

올 시즌 WKBL 외국선수 6명 중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선수는 다미리스 단타스(BNK)다. 여러 스펙을 종합할 때, 나머지 5명과 '그레이드'가 다르다. 다만, 단타스의 올 시즌 임팩트는 썩 좋지 않다.

나머지 5명의 기량은 대동소이하다는 게 현장관계자들의 종합적인 평가다. 기술적으로 돋보이는 선수는 사실상 없다. 결국 국내선수들이 외국선수를 얼마나 잘 살려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확실한 조력자들이 있는 우리은행 르샨다 그레이는 유리한 조건이다.

WKBL 최고의 가드 박혜진에, 떠오르는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박지현이 버티고 있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지만, 김정은도 건재하다. 즉, 그레이의 경우 이들에게서 파생되는 찬스를 받아먹기만 하면 된다. 위성우 감독이 요구하는 것도 그 정도다.

우리은행의 시즌 초반 최고의 필살기는 박혜진 혹은 김정은과 그레이의 2대2였다. 그러나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2대2 빈도가 줄어들었다. 박혜진은 언젠가 "의식적으로 2대2를 하지 않기로 했다. 2대2를 하다 나머지 선수들이 서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2대2는 수비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격옵션이다. 다만, 2대2에서 파생되는 찬스를 살리려면 나머지 3명이 잘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박지현과 김소니아는 기복이 있고, 김정은과 최은실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여기에 타 구단들이 박혜진과 그레이의 2대2에 강력한 스위치 혹은 지역방어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물 흐르는 듯이 연계플레이를 하고 있다. 27일 삼성생명전이 그랬다. 삼성생명 비키바흐는 시즌초반 신한은행 시절과 같은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다. 그레이가 외곽으로 비키바흐를 끌어낸 뒤 박혜진에게 스크린을 건다. 그러나 교과서적인 픽&롤이 아닌, 그레이가 슬립을 하면서 공간을 만들고 박혜진이 돌파로 마무리하거나, 그 다음에 다시 그레이가 공을 받아 마무리하는 장면이 1쿼터 초반에 나왔다. 이 과정에서 비키바흐는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이후에는 박혜진이 박지현의 손을 거쳐 그레이에게 연결되는 패턴도 나왔다. 박지현은 여전히 슛 셀렉션이 고르지 않고, 기복도 심하다. 그러나 순간적인 센스는 대단하다. 코트를 넓게 쓰면서, 공간을 만든 뒤 골밑으로 들어가던 그레이에게 연결, 득점하는 장면도 나왔다. 그레이가 국내선수들의 제스처에 따라 움직이면, 여지 없이 공이 제 때 투입됐다. 이런 식으로 1쿼터에만 12점을 뽑았다. 1쿼터 스코어만 21-9.

경기는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었다. 2쿼터에 쉰 그레이는 3쿼터에 다시 들어왔다. 전반 스코어만 36-17. 삼성생명은 전의를 상실했다. 그레이는 박혜진의 중거리슛을 돕는 스크린을 하더니, 적극적인 디나이로 비키바흐에게 투입되는 공을 차단했다. 흥이 오를 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 결국 26점 16리바운드. 스코어가 크게 벌어지면서 경기종료 3분53초전부터 쉬었다.

그레이의 기량 자체가 비키바흐에게 월등히 앞서는 게 아니다. 종이 한 장 차이다. 다만, 국내선수들의 차이가 외국선수들의 생산력 차이로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 박하나와 윤예빈이 부상 중인 삼성생명은 정상적 전력이 아니다.

결국 그레이는 유능한 국내선수들이 있는 우리은행에서 잘 받아먹고, 리바운드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날 활약은 위 감독 특유의 강한 지도방식에 적응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은 22개의 턴오버가 옥에 티였다. 올 시즌 유독 3~4쿼터에 경기력이 떨어진다.

[그레이. 사진 = 용인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