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이탈’ KT, 코로나19 탓에 몰린 대위기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최창환 기자] “알찬 휴식기를 보냈는데….” 서동철 감독은 연신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을 떠나겠다는 외국선수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19라는 예상치 않은 변수로 대위기에 놓인 KT다.

부산 KT는 27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74-95로 패했다. 3연승에 마침표를 찍은 KT는 공동 5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다.

2명 보유 1명 출전 제도로 치러지고 있는 KBL에서 외국선수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1명만 결장해도 전술을 비롯해 체력, 파울 관리 등 많은 항목에서 어려움이 따른다. 2명 모두 자리를 비운다면 불리함은 더 말할 나위없다. KT는 바이런 멀린스, 앨런 더햄이 SK전에 결장하는 악재 속에 경기를 치렀다. 경기 초반 선전을 펼쳤지만, 결국 KT는 외국선수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사유는 사상 초유의 코로나19에 의한 ‘자진 퇴출’이다. 한국이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감염병 위기경보인 ‘심각’으로 격상되자 멀린스, 더햄이 나란히 모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먼저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선수는 더햄이었다. 더햄은 지난 26일 서동철 감독과의 면담에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서동철 감독은 “구단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계약해지와 그에 따른 위약금, 향후 KBL 출전정지 등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하지만 앨런이 ‘이해는 하지만, (한국이)위험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설득할 수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팀을 떠나겠다고 밝힌 앨런과 달리, 멀린스는 27일 오전까지만 해도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의사가 강했다. “오전훈련 때 오히려 먼저 찾아와서 ‘마음을 다잡고 앨런의 몫까지 해보겠다’라고 말했다”라는 게 서동철 감독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멀린스 역시 선수단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돌연 입장을 바꿨다. 서동철 감독은 멀린스에 대해 “오전 면담 이후 3시간 사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른다. 정 안 되면 경기장까지만 같이 가자고 했다. 안 가면 그것 역시 계약위반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이 확고해 숙소에 두고 왔다. 앨런뿐만 아니라 멀린스도 (향후 출전이)힘들 것 같다”라고 전했다.

KT 외국선수들뿐만 아니라 고양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 역시 이날 계약을 파기하고 자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 SK 소속인 애런 헤인즈, 자밀 워니는 “갈 곳도 없다. 감독님만 믿겠다”라는 입장을 전했으나 외국선수들의 ‘자진 퇴출’이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면 리그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경은 SK 감독은 “멀린스가 타 팀 외국선수에게도 돌아가자는 연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어쨌든 KT는 정규리그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전력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레이스를 이어가야한다. 배길태 코치는 “현 시점에서는 에이전트에게 KBL에 올 수 있는 외국선수를 추천해달라는 말조차 하는 게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KT는 올 시즌 중반까지 기복이 큰 모습을 보였다. 특히 허훈의 출전 여부에 따른 경기력 차가 뚜렷했다. 하지만 알 쏜튼의 대체외국선수로 앨런이 합류한 후 골밑에 안정감이 더해졌고, KT는 이후 경쟁력을 되찾았다. 보다 높은 순위로 도약하는 것도 충분히 노려볼만했다.

3연승 중이던 KT의 기세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꺾였다. 서동철 감독은 “휴식기를 알차게 보냈다. 휴식기가 길었던 만큼, 외국선수들이 미국에 다녀오기도 했다. 가족들을 보고 와서 그런지 정말 열심히 운동에 임하더라. 그런데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라고 아쉬움을 삼켰다.

서동철 감독은 이어 “한 팀의 감독 입장에서 리그 중단 여부를 논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정말 안전한 것인가?’에 대해선 다 같이 고민해야 할 시점만큼은 맞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서동철 감독. 사진 = 잠실학생체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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