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비교에 쿨한 송우현 "투수? 타자가 괜찮은 것 같다"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투수요? 타자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키움에 야구인 2세가 이정후만 있는 게 아니다. 왼손 외야수 송우현(24)도 있다. KBO 통산 최다승(210승) 1위를 자랑하는 송진우 한화 코치의 아들. 그러나 아직 1군을 한 번도 밟지 못한 탓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2015년 2차 6라운드 58순위로 지명됐고, 지난해 경찰 야구단 마지막 기수로 군 복무도 마쳤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전구장 관중석에서 아버지의 화려한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고, 똑같은 인생을 걸으면서 의도치 않게 아버지와 비교되기도 했다. 어깨가 조금 좋지 않아 고양야구장의 잔류군에 편성된 송우현을 만났다. 최근 어깨는 회복했고, 타격훈련에 들어갔다.

송우현은 "아빠는 굳이 내가 야구선수를 하길 원하지 않았다. 형(송우석)도 야구를 했기 때문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렇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아버지의 DNA가 어디로 가지 않았다. "형을 따라서 골프를 배웠는데, 혼자서 하니 재미가 없어서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라고 돌아봤다.

아버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송우현은 "내가 못하면 '아빠는 야구를 잘 했던 사람인데'라고 하는 건 계속 들어서 괜찮다. 그런데 내가 잘 할 때도 '~아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신경 쓰였다. 물론 그마저도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다양한 포지션을 거쳤다. 고등학교까지 대부분 선수가 그렇다. 다만, 송우현은 초등학교 시절 잠깐 포수를 본 게 눈에 띈다. 프로에선 희귀한 왼손 포수. (야구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흘러가는 스포츠라 왼손 포수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

송우현은 "우리 팀 (임)지열이 형도 초등학교 때 포수를 했다고 하더라. 사실 다른 선수가 투수를 볼 때 포수를 본 것이었다. 아빠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투수부터 시작했다. 방망이는 재미로 쳤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공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고, 방망이는 너무 잘 맞았다. 프로에 타자로 지명 받을지 몰랐다"라고 돌아봤다.

타자로 키움에 입단한 이후 투수전향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투수는 아닌 것 같다. 아빠 역시 '절대 하지 마라'고 하더라. 나도 타자가 괜찮은 것 같다"라고 했다. 아직 1군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프로에서 타자로 승부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경찰 야구단 마지막 기수로 군 복무를 했다. 올 겨울에는 호주 질롱코리아에서 실전 경험도 쌓았다. 포인트를 앞에 두고 치는 폼을 정립했다.

외야 수비도 자신 있다. 송우현은 "고등학교 시절 외야를 보면서 1루수도 했다. 사실 1루수를 볼 사람이 없어서 봤다. 지금은 좌익수와 우익수만 하고 있다. 날아오는 타구를 잘 잡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송진우 코치는 아들이 어릴 때 야구에 대해 종종 이런저런 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송우현도 엄연한 프로다. 소속팀도 다르다. 요즘 송우현은 송 코치에게 주로 격려를 받는다. 그는 "작년 경찰 야구단 시절 한화(2군)와 경기를 할 때 내가 타석에 들어서면 한화 형들이 아빠 얘기를 농담 삼아 꺼내곤 했다. 그래서 나도 아빠가 투수를 바꾸러 올라오면 '투수 코치 누구예요?"라는 식으로 장난도 쳤다"라고 웃었다.

송 코치는 올해 한화 육성군 지도를 맡았다. 2군에서 만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송우현의 근본적 목표는 1군 진입이다. 키움 외야진이 두껍지만,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1군 진입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는 "딱 한 번이라도 1군에 등록되는 게 목표다. 목표가 너무 높으면 부담스럽고 좋지 않다"라고 했다. 현실적이다.

[송우현(위), 아버지 송진우 한화 코치(아래). 사진 = 고양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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