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했던 무관중 경기 첫날, 익숙해지기 전에 배구 팬들 돌아오길

[마이데일리 = 수원 윤욱재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V리그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25일부터 무관중 경기가 실시됐고 이날 수원실내체육관에서는 단 1명의 관중 없이 한국전력-삼성화재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는 5세트까지 가는 혈투였지만 장내의 허전함을 채우기는 어려웠다. 양팀 선수들은 점수가 날 때마다 크게 소리를 질렀고 홈팀 한국전력의 응원가가 스피커를 통해 끊임 없이 재생됐음에도 익숙한 팬들의 함성은 들을 수 없었다.

경기 전 양팀 사령탑은 '무관중 경기'를 어떻게 대비했는지 밝혔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무관중 경기는 태어나서 처음이다"라면서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혹여나 선수단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또 예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수단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리그를 중단해야 하는 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어느 팀에서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오면 리그가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외출을 자제하라는데 경기를 하라는 게 말이 되나.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 경기를 한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작금의 사태에 경기를 진행하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본 경기에서 관중이 없으면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다. 선수들한테 더 파이팅하면서 뛰라고 했다. 스스로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주문했음을 밝혔다.

양팀 선수단은 초유의 무관중 경기에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경기는 5세트까지 이어지는 혈투를 낳았다. 그러나 경기장에 감도는 어색함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음악은 크게 틀어졌지만 박수를 치는 팬들이 없었고 호응을 유도하는 응원단도 없었다.

텅 빈 객석을 바라본 선수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무관중 경기가 실시된 첫 날엔 이렇게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물론 이런 체제가 이어지면 언젠가는 익숙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익숙함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것이다. 하루 빨리 사태가 진정돼 배구 팬들이 돌아올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린다.

[삼성화재 박철우가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진행된 '2019~2020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의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강타하고 있다. 사진 = 수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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