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윤정현에게 절실했던 그 무대, 해외파 트라이아웃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오전에 전역 신고하고 바로 갔다."

키움 좌완 윤정현은 2018년 8월20일을 잊을 수 없다. KBO가 2019 신인드래프트에 나설 해외파 출신 선수들에게 트라이아웃 무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윤정현은 오전에 전역 절차를 밟았고, 곧바로 수원 KT위즈파크로 향했다.

윤정현을 최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인훈련 도중 만났다. 그는 "전역 신고하자마자 전투복을 입고 트라이아웃에 갔다. 빨리 전역 신고하고 갔다. 그만큼 절박했다.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라고 돌아봤다.

이미 알려진 얼굴이긴 했다. 동국대 1학년을 마치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정도로 자질이 있었다. 루키리그를 뚫고 싱글A에 올라갔지만, 거기까지였다. 곧바로 군 복무를 했고, 트라이아웃과 신인드래프트를 거쳐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윤정현은 "마지막 휴가를 2주간 몰아서 사용했다. 모교 세광고에 갔는데, 마침 그날 대학 팀과 연습경기가 있었다. 그때 프로 구단 관계자들이 좋게 봐주셨다. 키움 구단 관계자들은 유독 늦게 갔다"라고 회상했다.

트라이아웃 직후에는 고형욱 스카우트 상무(당시 단장)에게 격려도 받았다. 당시 윤정현에게 "앞으로도 절실하게 해라. 언젠가 프로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키움은 2019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윤정현을 뽑았다.

윤정현은 "1라운드에 뽑힐지도 몰랐다. (이)대은이 형(KT)이나 (이)학주 형(삼성)은 그동안 보여준 게 있었지만, 난 보여준 게 없었다. 아마 신인드래프트서 뽑히지 못했다면 곧바로 일을 해서 돈을 벌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신인에겐 마이너리그에서의 어려움 못지 않게 KBO리그 1군 진입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키움은 선발과 불펜 모두 탄탄하다. 뉴 페이스가 자리 잡는 게 쉽지 않다. 그는 "미국도 어려웠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다. 야구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라고 했다.

주변으로부터 미국 도전을 후회하느냐는 말을 듣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았다. 윤정현은 "그런 말을 계속 들으니 힘들었는데 할 수 없는 것이다. 2군에 젖어있는 것도 힘들었다. 우리 팀 1군에는 좋은 투수가 많다. 결국 내가 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9년에 1군에서 3경기를 경험했다.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9.00. 올 시즌에는 포심패스트볼 구속을 좀 더 올려서 경쟁력을 가지려고 한다. 윤정현은 "140km대 후반까지 올려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도 필요하고, 자신만의 루틴이 있어야 한다. 손혁 감독님과 면담을 했는데, 잘하겠다고 했다. 감독님도 '지켜보겠다'라고 했다"라고 소개했다.

궁극적으로는 1군에서 자신의 기량을 흔들림 없이 발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1군 투수들을 보면 그런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한다. 윤정현은 "TV로 보면 자기 공을 던질 수 있고, 자신 있게 던지는 투수들을 보면 대부분 공이 위력적이다. '뭘 던져도 타자가 속을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런 눈빛을 가진 투수가 있다. 그런 투수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윤정현. 사진 = 고척돔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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