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바 좋아하세요?" 한 음악평론가의 이유있는 '리퀘스트'(인터뷰)

[김성대의 음악노트]

우드스탁과 곱창전골. '우드스탁'은 미국 뉴욕 주 베델 평원에서 3박 4일 동안 열린 역사적인 음악 페스티벌 이름이고 '곱창전골'은 삼겹살과 치킨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이 찾는 술안주이자 일본인 사토 유키에가 이끄는 밴드 이름이다. 그리고 두 이름은 전국에서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었거나 가봤을 유명 LP바의 간판이기도 하다. 1992년 발렌타인 데이에 정식으로 문을 연 우드스탁은 신촌에 있고 우드스탁보다 6년 늦게 '그 집에 술이 있다'는 이름으로 오픈 한 곱창전골은 홍대 인근에 있다. 두 장소는 똑같이 서울을 대표하는 음악바이지만 우드스탁은 60~80년대 해외 팝록을, 곱창전골은 60~80년대 우리 노래를 주로 튼다는 점에서 두 곳은 갈린다. 그러니까 우드스탁에 헤븐의 'Knockin' On Heaven's Door'가 울려 퍼질 때 곱창전골에선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바로 이 두 곳, 정확히는 두 LP바의 대표 문진웅(우드스탁), 정원영(곱창전골) 씨와 인터뷰를 중심으로 홍대와 신촌의 역사, 홍대와 신촌의 문화적 의미 등을 파헤친 책이 곧 출간된다. 저자는 고종석 대중음악평론가. 음반 기획과 제작을 비롯해 음악지 편집장, 평론 기고, 음원 유통,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사무국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등 음악과 관련해 길고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그가 우드스탁과 곱창전골의 이야기를 빌어 90년대 중반 홍대 인디신 태동의 현장에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 이야기'를 풀어낸다.

두 가게에서 주로 신청 받거나 플레이 해온 400개 주요 리퀘스트와 102개 관련 리뷰 및 에세이를 가이드 형식으로 실어낼 이번 책을 저자 스스로는 "음악과 관련된 각자의 감성 사연을 스스로 꺼내볼 수 있는 계기"로서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책을 펴낼 출판사는 부산에 본사를 둔 호밀밭이다. 호밀밭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1세대 인디 밴드 앤(Ann)의 보컬이었던 장현정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서울 논현동에서 고종석 평론가를 만났다.

김성대 (이하 '김'): 이번 책은 부산에 본사를 둔 호밀밭출판사에서 나온다. 록밴드 앤(Ann)의 멤버였기도 한 장현정 대표와 곱창전골 정원영 대표의 친분도 책 발간에 한 몫 했을 것 같은데. 구상은 언제부터 한 건가.

고종석 (이하 '고'): 2017년부터 했다. 사실 '우드스탁과 곱창전골의 리퀘스트 곡들'이라는 기본 아이디어는 모 출판사에서 줬다. 그래서 팝과 가요를 함께 다뤄야 했는데 음악바 리퀘스트라는 게 음악도 음악이지만 시간대별로 어떤 음악이 어떻게 나왔는지, 또 그곳 분위기는 어떤지까지 두루 잘 알아야 했기에 과거 본인도 리퀘스트바를 해본 입장에서 접근하기가 그나마 수월했던 것 같다.

김: 음악바를 직접 운영했다?

고: 2005~06년 사이에 했다. 신청곡을 받는 시스템이었는데 그것도 장사가 돼야 트는 거지.(웃음) 그냥 내가 듣고 싶은 음악들 위주로 틀었다. 기억에 남는 건 당시 숙명여대 무용과 학생들이 자주 왔었는데 음악이 좋다면서 "이거 누구 거예요? 이런 것들 위주로 좀 틀어주실 수 있어요?" 요청이 있었다. 자신들이 작업하거나 무용할 때 사용하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아방가르드, 프로그레시브록, 뉴에이지, 엠비언트를 자주 들려줬었다.

김: 헤비한 건 안 틀었나?(웃음)

고: 절대.(웃음)

김: 탈고까지 얼마나 걸린 건가.

고: 2년 6개월 정도. 직장 다니면서 쓰느라 좀 늘어졌다. 집중적으로 쓴 건 8개월 정도다.

김: 힘든 점은 없었나.

고: 선곡 리스트 정리가 가장 힘들었다. 두 가게에서 주로 신청 받거나 플레이 해온 각각의 리퀘스트 200선과, 그 리스트 안에서 선별한 개별 리뷰 51개. 그러니까 총 400개 주요 리퀘스트 중 102개 리뷰 및 에세이를 이 책에 실었다. 또한 다룬 뮤지션(밴드)들과 비슷한 성향의 아티스트들이 발표한 1,000여 곡 등 팝과 가요를 포함해 1,500여 뮤지션 및 그들의 음악을 이 책에 녹이려 했다. 이는 별책 개념으로, 일반인들이 음악을 들으려 할 때 좀 더 깊이 있게 그리고 다양하게 듣고 싶을 때 제법 충실한 가이드북이 될 것이라 본다.

김: 왜 우드스탁과 곱창전골이었나. 음악바는 다른 곳도 많지 않은가.

고: 물론이다. 음악바는 전국에 널렸다. 나 역시 지역에 갈 때마다 그 지역 LP바들을 찾아 가곤 한다. 광주, 부산, 경주, 대구 등 그 동네에 가면 무조건 그 동네의 음악바를 찾았다. 하지만 지역을 상징하는 여러 음악바들을 모아 소개하는 것 보단, 리퀘스트바의 과거와 현재를 녹여내는 대표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즉 우드스탁을 '팝의 대명사'라고 규정한 데서 이 책은 출발했다. 그리고 곱창전골은 가요만 트는 곳이니 둘을 함께 놓으면 묘한 균형감이 생긴다. 또 하나 이유는 신촌의 청년문화, 놀이문화와 대학문화가 배어있는 곳이 우드스탁이라면 곱창전골은 홍대 인디신의 출발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홍대 인디신은 크라잉넛,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앤 등 지방 인디 뮤지션들이 거쳐간 곱창전골을 전후로 성장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무엇보다 신촌과 홍대는 분리되어 있으면서 연결점을 갖기에 나름의 역사를 가진 두 곳은 이 책 최적의 소재일 수 밖에 없었다. 책 제목은 아직 정한 건 없지만 아마도 '우드스탁 VS 곱창전골 리퀘스트 200'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 우드스탁과 곱창전골에 본인이 처음 들렀던 때를 기억하는지. 당시 음악은 어떤 음악을 신청했나.

고: 두 곳 모두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 갔다. 우드스탁의 경우 내가 군 제대하고 엄인호(신촌블루스), 고 하세민 선배 같은 사람들과 함께 간 곳이기도 한데, 날이 갈 수록 동네에서 음악 좀 듣는다는 기인들이 거기에 모이기 시작했다. 우드스탁은 오픈했을 때도 지금처럼 올드한 느낌이 났다. 문진웅 대표가 직접 목수 2명을 데리고 인테리어를 한 결과다. 곱창전골도 군대 갔다와서 다니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이스크라, 할리퀸 음반들을 제작 유통한 '인디'라는 레이블에 다닐 때 자주 간 곳이다. 산울림소극장 인근 소금구이집 많은 일명 '땡땡거리'에 있었고, 소속 뮤지션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일 때 찾곤 했다. 당시 가게 이름은 '그 곳에 술이 있다'였는데 정원영 대표는 그때도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그러면서도 젊은 뮤지션들을 잘 챙겨줬다. 정 대표가 뮤지션들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말을 자주 했을 당시 그곳을 찾던 이들 중엔 봉준호 감독도 있었다고 한다. 가게 이름이 '곱창전골'로 변한 건 한참 지난 후에 알았다.

처음 우드스탁에 가선 올맨 브라더스 밴드 같은 서던록을 많이 신청했다. 곱창전골에선 건아들 등 70~80년대 음악들을 주로 신청했는데, 당시 그곳(그 집에 술이 있다)은 레이블 뮤지션들의 신보나 데모 믹싱 전 음원을 모니터 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일종의 사랑방이었던 셈이다.

김: '인디(INDiE)'라는 레이블은 어떤 곳이었나.

고: 말 그대로 최초의 국내 인디 레이블이라면 맞겠다. 40여 팀이 오디션을 봤고 그중 10팀이 뽑혀 레이블의 지원을 받았다. 앤, 아무밴드, 오딘, 마루, 에브리 싱글 데이, 코코어 등이 여길 통해 데뷔했다. '어른들을 위한 만화주제가 음반'을 컨셉으로 한 [로커딕(Rock a Dic)]이라는 앨범도 인디에서 나왔는데 당시에만 1만7000장 정도가 나갔다. 멍키헤드와 나티 멤버들이 뭉친 우두 마두를 비롯해 토이박스, 새드 레전드, 미스터 소울, 허벅지 밴드 등이 참여했었다.

김: 책 서문을 미리 읽었다. 우드스탁에서 "내가 스쳤거나 나를 스친 사람들 중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고 했는데. 그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누굴까.

고: 하세민 선배와 손오영 선배가 생각난다. 특히 하세민 선배와는 굉장히 가까웠다. 성우진 선배보다 먼저 알았을 정도였으니까. 손 선배는 음반사 오아시스와 폴리그램을 거친 분이고 성우진 선배가 메탈리카 4집 해설지로 평론계에 데뷔하게 해준 사람이다. 내가 록잡지 <락킷> 네 번째 권부터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준 사람도 바로 손오영 선배였다.

김: 두 장소 대표들과 나눈 인터뷰를 책의 중심으로 잡았다. 읽어보니 우드스탁과 곱창전골의 역사 뿐 아니라 그 시절, 그 인근, 오간 사람들, 그리고 대표들의 개인 사연들까지 읽을거리가 꽤 풍성했다.

고: 두 대표가 평소 손님들과 직접 소통하진 않는다. 자주 오갔어도 그곳의 역사, 숨어있는 이야기들까지 다 알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가령 30년 가까이 된 우드스탁의 의자가 원목이기 때문에 그렇게 무겁고 튼튼한지를 손님들은 잘 모를 수 있다. 곱창전골이 코스모스라는 공연장을 따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우드스탁엘 들른 커플들 중 370쌍이 결혼했고, 문 대표가 일일이 가 축하를 해준 훈훈한 이야기 역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본다.

김: 이 책의 장점이자 매력은 역시 두 대표가 공인한 리퀘스트 리스트일 것 같다.

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요즘 음원사이트들이 하는 매칭 서비스는 한심한 수준이다. 그들은 자체 빅데이터에 기반해 나온 결과라고 하지만, 외주를 통한 인위적 결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음악사이트 직원이 음악을 모르고 현장을 모르는 현실은 정말 모순이다. 서비스 개선을 하려면 음악전문가를 활용 하던가 그런 사람들을 채용 해야지, 음악사이트 직원들이 여전히 아이티 전문 인력으로 대부분 채워지는 경영 방식엔 난감할 때가 적잖다. TV 출연한 아티스트가 최고인 줄 알고 마구 올려대는 걸 보면 울화가 치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책상에만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실제 발로 뛰면서 현장에서 라이브도 보고, 그러면서 새로운 신인도 발굴하고 해야 국내 음악과 음악서비스가 발전하는 거다. 정말 국내엔 제대로 음악하던 사람들이 1집만 내놓고 사라진 경우가 얼마나 많았나. 이 책에 실릴 리스트는 그런 점에서 조금은 다른, 보다 내실있는 리스트로서 독자와 청취자들께 다가갔으면 하는 게 제 작은 바람이다.

김: 리뷰 형식을 보면 먼저 곡 제목과 아티스트 이름이 나오고 그 곡이 나온 연도, 해당 곡이 수록된 앨범명, 앨범을 발매한 레이블명, 그 곡이 속한 장르명을 적는다. 그리고 유사 아티스트, 함께 들으면 좋은 곡 등이 나오고 아티스트 정보 및 곡에 얽힌 저자의 사연이 이어진다. 저자의 사연. 그래서 이 책은 어떤 면에서 고종석의 음악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고: 102개 리뷰들 중 에세이 식으로 들어간 게 절반 정도 된다. 나머지는 해당 뮤지션과 연관된, 예컨대 어떻게 그 뮤지션이 등장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시대적, 비평적인 글들로 채웠다.

김: 손님 중 생일을 맞은 이를 위한 곡, 손님 중 연인을 위한 곡, 비오는 날 선곡하는 곡, 눈오는 날 선곡하는 곡, 슬퍼하는 손님을 위로하는 곡 등 우드스탁, 곱창전골을 통해 특별히 뜬 곡이나 그곳에서만 틀어주는 곡들 리스트도 재밌다. 모두 본인 아이디어인가.

고: 맞다. 이 책은 음악 관련 데이터베이스 생성, 리퀘스트바 운영, DJ, 음반 제작 등을 다 해본 저자 입장에서 과연 음악바를 통해 대중이 원하는 게 뭘까, 대중이 한 번 찾은 음악바를 다시 찾는 이유는 뭘까 등을 소개하고 싶어 쓴 것이다. 그냥 단순히 우드스탁과 곱창전골을 소개하는 책이 아닌 것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

김: 경력에 비해 개인 책을 느리게 내는 것 같다. 이유가 있나.

고: 기자 생활을 하면서 짧은 글들을 많이 써왔다. 연재 글을 제대로 못 써본 거다. 과거 <락킷>에서 쓴 '성성의 메아리'나 '루츠 오브 헤비메탈' 같은 연재도 10여 회가 고작이었다. 이번에 책을 쓰면서 소설가, 수필가들이 굉장해보였다.(웃음)

김: 나 역시 고등학생 때 즐겨 본 <락킷(Rockit)>으로 고종석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다. 고종석에게 <락킷>은 무었이었나.

고: 인생의 거울이었다. 음악 듣는 사람들의 최고 로망은 역시 해설지 쓰는 것 아니었나.(웃음) 나도 이런 데서 그런 음악글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게 쓰면서 음악을 많이 알게 됐고 알게 된 음악 지식들이 정리가 됐다. 또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음악을 들으니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많이 떠올랐다. 특히 성우진, 장현희라는 훌륭한 편집장들로부터 많이 배웠고, 장은비(취재)와 장석미(사진)라는 훌륭한 기자들과 함께 일한 것도 행운이었다. 김경진, 김태훈, 이기원, 박은석, 홍재억, 김민수 등 평론가 선배들을 알게 된 것도 <락킷>을 통해서였다.

김: 경력 얘기가 나온 김에, 지난 경력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고: 갑 엔터테인먼트(甲 Entertainment) 재직 시절 브라운 아이즈 1집이 대박 났을 때를 잊을 수 없다. 하루 최고 주문량이 4만5000장을 찍었으니, 정말 엄청났다.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개관했을 때도 생각난다. 박물관을 열고 한 달 뒤에 오픈하기로 했던 카페를 박물관과 함께 여느라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다. 당시 카페에 넣을 테이블이 없어 전국을 다 뒤졌는데, 박물관 개관 하는 날 도착한 조립식 탁자들을 사람들을 동원해 겨우 다 조립했다. 개관식엔 3000명 정도가 왔고, 다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엄청 울었었다. 그 외 삶을 돌아보면 그때그때 고마운 선배들이 있었다. 박물관 경우 최규성 선배의 도움이 있었고 비평계에선 손오영, 성우진 선배가 없었다면 지금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일이다. 온라인 음원서비스 업계에선 렛츠뮤직에서 근무하던 박종규 국장의 도움이 있었고, 그 모든 것의 근저엔 언제나 하세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모두 내 부족함을, 나의 현재를 짚어줬던 사람들이다.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늘 노력하고 있다.

김: 본인의 인생 뮤지션(밴드), 그리고 인생 곡은 무엇인가.

고: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Alchemy: Dire Straits Live]에서 'Sultans Of Swing'을 좋아했다. 군대 휴가 때 대전의 한 음악바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군에서 쌓였던 음악 갈증이 싹 풀렸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우드스탁에서도 들었는데, 시스템이 빵빵해서인지 귀가 뻥 뚫렸다. 마크 노플러의 기타야 말할 것도 없고 테드 윌리엄스의 드럼도 기가 막힌다.

김: 평론가 생활을 하며 수많은 뮤지션들을 만났을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뮤지션(팀)이 있다면.

고: 제이슨 뉴스테드와 블링크, 그리고 레드 핫 칠리 페퍼스다. 뉴스테드 경우 98년 메탈리카 첫 내한공연 때 백스테이지에서 인터뷰를 하고 밴드 뒷풀이에서 함께 술을 무지 마셨다. 이후 뉴스테드가 메탈리카에서 '팽' 당했을 때 너무 슬펐는데, 그래서 난 로버트 트루히요를 지금도 별로 안 좋아한다.(웃음)

블링크(Blink)라는 밴드의 공연 취재와 인터뷰도 기억난다. <락킷> 출근 첫 날이었는데 편집장이 "야, 이거 너 취재해라" 해서 얼결에 맡은 기사였다. 경황이 없었고, 이걸 어떻게 써야 하지 고민하던 시절이다.

그리고 <락킷> 편집장 시절, 장석미 기자가 후지록페스티벌인가 롤라팔루자인가에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사진을 찍어온 일도 잊을 수 없다. 사진 속엔 나체의 플리(Flea, 베이스)가 있었는데 그걸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잡지에 게재해버렸다. 당시는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 사태를 뒤늦게 안 본사 광고부에서 난리가 났다. 잡지를 폐간하거나 책을 모두 회수해야 한다고. 그래서 당시 구로에 있던 배송업체에 가 아직 나가지 않은 5000권 가량 책들에 일일이 플리의 '거기'에 매직을 칠한 일이 있다.

김: 본인에게 신촌과 홍대는 어떤 곳인가.

고: 국내에 인디신이 처음 생겨날 때부터 일한 곳. 지금은 중견이 된 밴드, 뮤지션들의 과거와 내 땀의 흔적이 있는 곳이 홍대라면 신촌은 내가 들어온 음악을 정립할 수 있었던 지역, 공간이었다.

김: 앞으로 더 낼 책이나 쓰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고: 국내 대중음악평론가들이 음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 과정, 에피소드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책을 구상 중이다. 그리고 전국 리퀘스트바 가이드북을 제대로 한 번 써보고 싶다. 사실 사람들이 몰라서 못 가는 거지, 서울 시내 대표 리퀘스트바만 추려도 50곳이 넘는다. 그곳에 가면 이 곡을 꼭 신청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그런 가이드북을 꼭 내볼 생각이다.

김: 끝으로 3월에 나올 고종석의 첫 단행본을 읽을(또는 기다릴) 독자들에게 한 말씀.

고: 음원사이트와 TV프로그램들을 보면 음악을 자본주의 생리 내에서만 활용하고 소비하려는 모습들이다. 음악을 제대로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실제 음악을 즐기고 음악에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또한 우드스탁, 곱창전골과 같은 세계를 이끌어가시는 다른 엘피바 사장님들이 공감,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 이 책에서 발견된다면 그 역시 큰 보람일 거다. 노래 하나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음악과 관련된 각자의 감성 사연을 스스로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이 이 책을 통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재밌게 읽어주시라.

*이 글은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미디어팜에도 실렸습니다.

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마이데일리 고정필진

웹진 음악취향Y 필진

[사진 제공 = 고종석, 김성대]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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