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모 폰 해킹→男 연예인 소환, 누구를 위한 '과열'인가 [김미리의 솔.까.말]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연예계가 해킹 논란으로 뜨겁다. 2차 피해 우려는 물론 확인되지 않은 이들의 이름까지 소환되는 중이다.

지난 7일 주진모의 소속사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측은 “최근 주진모 씨의 개인 핸드폰이 해킹된 것을 확인했다”며 “연예인이란 이유로 사생활 침해 및 개인 자료를 언론사에게 공개하겠다는 악의적인 협박을 받고 있고, 이에 대한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배우의 사생활 보호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취합한 자료를 바탕으로 법적 대응을 취할 것”이라며 "공인이라는 것을 약점 삼아 협박 및 금품을 요구하는 악질적인 범죄"라고 강조했다.

협박에 응하지 않았던 주진모는 결국 치명타를 입었다. 공식 입장을 밝힌 지 3일 뒤인 지난 1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주진모의 것이라 주장하는 메시지 캡처 사진들이 공개됐다. 원본 글은 삭제됐지만 급속도로 온라인상에서 퍼져나갔고, 대화 내용에 분노한 대중의 비난이 주진모에게 향했다.

후폭풍은 컸다. 메시지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2차 피해는 물론 대화상대로 지목된 연예인, 메시지 속에 언급된 인물로 추정되는 연예인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공개된 대화가 사실이라면 질타받아야 함이 마땅하지만, 우리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공개된 대화의 진위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과열된 양상이 어쩌면 누군가가 원하는 그림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주진모는 이번 일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이후, 공개된 대화 내용이 조작으로 밝혀진다 해도 그에게 남은 건 상처뿐이다. 일련의 상황을 목격한 다른 연예인들은 이제 어쩔 수 없이 협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대화의 내용이 사실인지, 혹시 교묘히 편집된 것은 아닌지를 먼저 따지기보다 기정사실화하며 힐난하는 이들이 다수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주진모뿐 아니라 10여 명이 협박을 받았고 이들 중 한 아이돌 가수가 돈을 건네 무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 종사자들은 이 아이돌을 보며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향후 사실이 아닌 일로 협박받아도 이에 굴복하며 돈을 건네는 편이 더 나은 길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냉철한 시선이 필요한 때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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