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이후 바둑계 풍경...'기풍=인공지능형'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 바둑계는 알파고(AI, 인공지능)의 등장 이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프로 바둑기사들은 아무리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한 바둑을 점령(?)할 것으로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 프로기사들의 자존심은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바둑이지만 한 번도 같은 기보가 나온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와의 5번기 이후 개벽에 가까운 변화에 순응하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프로바둑기사들은 인공지능을 상대로 연구하고 있으며 어느새 인공지능과 일류 프로바둑기사와의 실력차는 두 점까지 벌어졌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이제는 예전에 '인간계'에서 통했던 정석은 더이상 금과옥조가 아니며 인공지능과의 맞바둑은 언감생심이 됐다.

최근 알파고를 상대로 유일한 1승을 따낸 이세돌 9단은 은퇴 대국으로 NHN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한돌'과 접바둑을 둔 바 있다. 정선은 패배, 두점을 깔고는 1승1패를 기록했다.

알파고 이후 등장한 풍경이 또 하나 있다. 바둑대국을 중계할 때 예를 들면 KB국민은행 바둑리그를 생중계할 시 화면 오른쪽에 4개의 인공지능의 승률그래프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승률 그래프는 두 대국자가 한 수를 놓을 때마다 승률을 계산해 주고 있다.

어찌됐든 한국 바둑계는 프로기사 371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달 26일 김상윤(18) 초단이 연구생 입단대회를 통과하며 371번째 프로면장을 받는 기사가 됐다. 하지만 깜짝 놀란 것은 압도적인 기사가 되고 싶다는 김상윤 초단의 프로필이다. 기풍에 인공지능형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 바로 직전에 입단했던 정유진(13) 초단은 실리형, 양유준(15) 초단은 전투적 실리형이었다.

최근에는 초일류기사들도 인공지능을 상대로 연구에 전념한다고 하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알파고 이후 등장한 낯설은 장면에 씁쓸하기만 하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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