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이무열 디자이너, “하이엔드 스트릿 패션의 선두주자 되겠다”[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만화가 꿈꾸다 패션 디자이너로

‘유저’의 이무열(35) 디자이너는 만화가를 꿈꾸다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다. 만화를 즐겨 읽고, 그림을 그리던 중에 패션과 유사성을 발견했다. 캐릭터 옷을 그리는게 재미있었다.

“특히 스토리텔링과 구성도 만화랑 비슷하더라고요. 그때가 20대 초중반이었어요. 아직도 만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유저’는 균형미학을 추구한다

그는 2010년 SADI를 졸업하고 2011년 ‘유저’를 론칭했다. 철원 3사단에서 군 복무를 한 이후 삼성물산 엠비오 브랜드에서 컬렉션 디자이너로 일했다. 쇼가 너무 재미있었다. 자신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 ‘유저’를 만들었다. ‘유저(Youser)’는 ‘유(You)’와 ‘유저(User)’의 합성어다. 유저는 스트릿 웨어와 하이엔드를 결합한 컬렉션을 전개한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균형미학’이다. 남성성과 여성성,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미래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들을 조화시킨다.

“처음부터 조화로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균형미학을 좋아하죠. 클래식한 그림을 봐도 항상 그 안에 조화로움이 비율적으로 아름답게 보이거든요.”

그는 지난해 ‘텐소울’과 ‘2018/19 울마크 프라이즈(IWP) 세미 파이널’ 우승자로 선정됐다. 당시 미국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과 '오지브와족'의 용맹스러운 전사 집단인 '윈디고칸'에서 영감을 받아 유니크한 컬러와 패턴, 실루엣으로 이뤄진 캡슐 컬렉션으로 호평을 받았다.

“윈디고칸은 말과 행동을 반대로 해요.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울 소재로 만드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잘 만들지 않는 아이템을 적용해보자고 생각했죠.”

두 번의 슬럼프를 이겨냈다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2015년초에 슬럼프를 겪었다. 남자가 여성복패션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직접 입어 볼 수 없는데다 여성의 마음을 많이 알 수 없어서 힘들었다.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하다가 서울패션위크에서 쇼를 하는 전환기에 찾아온 위기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일종의 성장통이었다.

2016년 말에도 흔들렸다. 2017 SS 쇼를 준비하는 내내 힘들었다. 좋은 평가 속에 다음 시즌을 준비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전에 했던 것은 우연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흔들리면 브랜드가 흔들린다. 나와 브랜드가 동기화돼있다. 내가 무너지면 브랜드가 무너진다”는 것을 절감한 시기였다.

2017년은 터닝포인트였다. 신사동에서 석관동으로 작업실을 옮긴 뒤 좋은 디자이너 친구들을 만났다. 그때 여자친구를 만나 올해 결혼했다. 유명 편집 매장에 들어가고, 텐소울에 뽑히기도 했다.

“석관동에서 오로지 일에만 집중했어요. 거기서 참고 견뎠어요. 다행히 결과가 좋았죠. 다시 일어설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을 가졌어요.”

현재 유저는 한국을 비롯 중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45개 멀티 브랜드 소매점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그는 “하이엔드 스트릿패션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속가능한 패션 꿈꾼다

최근엔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패션산업이 환경오염의 25%를 차지한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뜻이 맞는 디자이너와 함께 지속가능한 패션을 고민하고 있다.

“뮌, 부리, 민주킴, 유저 4개 브랜드가 뭉쳤어요. 12월 20일 DDP에서 에코백을 판매하는데, 수익금은 환경단체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 겁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저'의 밀라노 패션쇼 모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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