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에 녹아드는 헤일리 "4년 전보다 마음이 편해요"

[마이데일리 = 인천 이후광 기자] 헤일리 스펠만(28)이 현대건설, 그리고 V리그 여자부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헤일리는 그 비결로 4년 전보다 편안해진 마음가짐을 꼽았다.

현대건설은 지난 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흥국생명과의 원정경기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세트 스코어 2-0에서 3, 4세트를 내리 내주며 승점 3점 획득은 실패했지만 2연승과 함께 선두 GS칼텍스를 승점 1점 차로 추격했다. 시즌 9승 3패(승점 24).

현대건설에 대체 외인으로 합류해 세 번째 경기에 나선 헤일리는 양 팀 최다인 24점(공격 성공률 34.85%)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24점은 데뷔전이었던 11월 28일 GS칼텍스전(15점), 12월 1일 한국도로공사전(18점)을 넘어선 올 시즌 개인 최다 득점. 이도희 감독은 “헤일리가 오늘(5일)은 자기 몫을 충분히 해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 후 만난 헤일리는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한 부분에 아쉬워했다. 헤일리는 “흥국생명이 잘하는 팀이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쫓아왔다. 우리가 긴장을 하면서 빨리 경기를 끝내려고 하다 보니 범실이 연달아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세트에는 결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이도희 감독이 헤일리에게 따로 “조금만 힘을 내달라”고 주문했고, 헤일리는 이에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귀중한 3득점에 성공했다. 헤일리는 “5세트 시작에 앞서 꼭 이겨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께서 조금만 힘을 내달라고 해주셨을 때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더욱 힘을 냈다”고 흐뭇해했다.

헤일리는 지난 2015-2016시즌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V리그 여자부를 경험했다. 그러나 4년 전 기억은 좋지 않다. 마땅한 국내 공격수가 없는 팀 사정 탓에 이른바 ‘몰빵 배구’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당시 헤일리의 기록을 보면 2015년 10월 14일 흥국생명전에서 무려 51점을 혼자 책임졌고, 2016년 1월 3일 흥국생명전 공격 점유율은 무려 61.18%에 달했다.

헤일리에게 4년 만에 다시 V리그로 돌아온 소감을 묻자 “다시 돌아와서 기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웃으며 “4년 전에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경험을 해서 그런지 현대건설에서는 편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4년 전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헤일리는 “리그가 달라졌다기보다 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 때보다 마음을 내려놨다”고 밝히며 “물론 4년 전 KGC인삼공사에서도 많은 응원을 해주셨지만 현대건설 역시 감독, 코치, 선수들이 모두 나를 다 지지해주고 응원해준다. 좀 더 편하게 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KGC인삼공사와 달리 현대건설에는 양효진, 이다영 등 국내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포진해있다. 헤일리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팀에 있으면 당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이들을 치켜세우면서도 “나는 내 기량을 선보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구라는 종목이 팀 스포츠라 걸출한 선수가 있다고 해도 노력이 필요하다. 선수들 모두가 다 같이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헤일리는 특정 선수가 아닌 모든 동료들을 V리그 적응 도우미로 꼽았다. “다들 응원해주신다”라고 운을 뗀 헤일리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다보니 어떤 선수는 밝아서 먼저 다가오는 느낌이 있고 내성적인 선수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그런 것과 관계없이 다 잘해주시고 잘 챙겨주신다”라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헤일리 스펠만. 사진 = KOVO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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