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천우희가 세상에 전하는 위로 "한 점을 보세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이명현상을 이겨내는 법은 '한 점을 정확히 보라'였다. 삶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배우 천우희는 지난 영화 '한공주'(2014)를 통해 충무로에 큰 샛별로 떠오르며 세상에 화두를 던진 천우희는 이후 '출중한 여자'(2014), '카트'(2014), '해어화'(2015)에 이어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2016)으로 또 다시 큰 주목을 받았다. 극 중 무명 역할인 천우희는 대사가 거의 없었던 캐릭터에도 불구, 극장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에게 확실히 각인되는 연기를 보였다.

이어 올해 그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그는 영화 '메기', '버티고'와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대중에 더 가까운 캐릭터로 다가갔고, 판타지적이고 몽환적인 그동안 캐릭터와 달리 두 발이 땅에 찰싹 붙은 현실적 캐릭터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멜로가 체질'에서 그가 맡은 진주는 30대를 갓 시작하는 여성 캐릭터로 우정과 사랑, 고민을 현실적으로 그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꾸준히 스텝을 밟으며 올라오고 있는 것 같은 천우희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다.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힘들었던 일들을 털어놨다. 지난해 천우희는 '우상' 이후 작품을 한참 동안 쉬었고 자체적으로 공백기를 가졌다. 그에게 인터뷰 자리에서 공백기, 그리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영화 '버티고'에 대해 물었다.

그가 '버티고'에서 맡은 서영은 한 기업의 계약직원으로 30대 초반의 여성 캐릭터다. 가족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무너져 버린 사랑, 고층빌딩의 아슬아슬한 두려움이 더해져 이명현상까지 오게 된 서영 캐릭터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실제로 천우희는 '버티고'를 만났을 당시 서영과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갑갑한 현실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버티고'의 마지막 대사를 보고 단숨에 뛰어들었다.

"당신은 떨어지지 않아요. 괜찮아요."

천우희는 '버티고' 제작보고회에서 "마지막 대사에 앞뒤 재지 않고 바로 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짧은 두 문장이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아서였다고 고백했다.

"건강한 정신과 뚝심으로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자각을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1년 간 아무 것도 안하면서 놓아봤을 때 그 마지막 대사가 저한테 하는 말처럼 들리더라고요. 지금의 힘겨웠던 시간들을 연기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극 중 이명 현상을 겪는 캐릭터와 관련, 그는 실제로 이명 현상을 겪은 적도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역할을 하기 위해 다시 이비인후과를 찾은 천우희는 그 곳에서 뜻밖의 삶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비인후과를 찾아서 이명에 대해 물어봤었어요. 이명이나 현기증을 겪었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냐고 하더라고요. 한 점을 정확히 보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또 삶에도 적용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지난해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뒤 만난 '버티고'는 힐링 그 자체였다. '버티고' 이후 '멜로가 체질'을 선택했고, 공고롭게도 30대를 갓 마주한 현실적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과 주변 친구들을 돌아봤다. 그는 연기하며 상처받았던 것들을 결국 연기를 하며 스스로 치유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다. 대중이 자신에게 갖는 선입견을 줄일 수 있고, 자신 또한 일기를 쓰듯이 담담하게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힘든 시간을 거친 천우희는 이제 더 단단해졌다. 올해 그는 '버티고', '메기', '멜로가 체질' 뿐만 아니라 한국 애니메이션 '마왕의 딸 이리샤' 이리샤 목소리 더빙, '감쪽같은 그녀' 박선생 역 특별출연 등으로 다양한 곳에서 활약해나가고 있다.

'연기가 체질'인 천우희의 다음 행보를 응원해본다.

[사진 = 나무엑터스-트리플픽쳐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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