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세혁, 양의지 백업 설움 털고 우승 포수 '우뚝'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이젠 더 이상 양의지의 백업이 아니다. 두산 마운드를 이끌고 정규시즌 우승을 견인한 당당한 ‘우승 포수’다.

두산은 1일 잠실 NC전에서 승리하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한화를 꺾고 먼저 시즌을 끝낸 SK와 동률(88승 1무 55패)이 됐지만 상대 전적(9승 7패) 우위로 우승에 도달했다. 한때 9경기까지 벌어졌던 승차를 뒤집고 2년 연속 정규시즌 정상에 오른 두산은 전신 OB 시절을 포함 정규시즌 4번째(1995년, 2016년, 2018년)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두산은 시즌에 앞서 FA 자격을 얻은 포수 양의지를 잃었다. 이번 이적은 앞서 김현수, 민병헌 등 주축 전력들의 이탈보다 훨씬 빈자리가 커보였다. 양의지는 2006년 두산에 입단해 2010년부터 무려 9시즌 연속 두산의 안방을 지켰기 때문. 빼어난 타격 및 수비와 함께 어린 투수들의 성장을 도모하며 두산 전성시대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그런 그의 이탈에 타선, 수비, 마운드 등 각종 파트의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결국 2012년 입단 후 만년 양의지 백업이었던 박세혁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사실 양의지에 가려져서 그렇지 박세혁도 다른 팀이었으면 충분히 주전을 맡을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좌타에 발이 빠르고 투수 리드도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실력과 별개로 백업과 주전의 압박감은 다르다. 포수는 9개 포지션 중 가장 강한 체력을 요구한다. 비시즌 박세혁의 풀타임 소화 여부에 의문이 드는 게 당연했다.

시작은 좋았다. 냉정히 말해 기대 이상이었다. 3월 방망이 예열을 거쳐 4월과 5월 모두 3할 타율을 찍었다. 4월에는 무려 3루타 5개를 때려냈다. 그러나 각종 시행착오와 체력 저하로 얼마 안가지 않아 고비가 찾아왔다. 6월부터 도루 저지율이 급격히 떨어졌고 타석에서도 예전과 같은 매서운 스윙이 이뤄지지 않았다. 포수가 부진하자 팀도 좀처럼 선두 SK와의 격차를 좁힐 수 없었다.

선수는 누구나 슬럼프를 겪는다. 그러나 좋은 선수는 그 기간이 짧다. 박세혁은 좋은 선수였다. 올스타 휴식기 직전 “잠시 초심을 잃었다.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한 그는 빠르게 제 기량을 회복했다. 후반기 공격, 수비, 리드에서 모두 제 궤도를 찾으며 팀의 막판 대역전 우승에 공헌했다. 린드블럼의 20승, 이형범의 마무리 정착, 이영하의 16승 뒤에는 모두 박세혁의 안정적인 리드가 있었다. 10개 구단 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 역시 박세혁이었다.

1일 경기에 앞서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올 시즌 수훈선수로 박세혁을 꼽았다. 김 감독은 “선발 경험이 하나도 없었는데 부상 없이 풀타임을 온전히 소화했다. 주전 포수 첫해가 절대 쉬운 게 아니다. 우승에는 세혁이의 공이 크다. 너무 잘해줬다”라고 흡족해했다. 양의지의 백업에서 우승 포수로 당당히 올라선 박세혁이다.

[두산 박세혁.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