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범-권혁, 이적생들이 든든히 지킨 두산 뒷문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오프시즌 ‘보상 선수’ 신분의 이형범이 두산의 마무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한 이가 몇이나 될까. 정말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냈다.

두산은 1일 잠실 NC전에서 승리하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한화를 꺾고 먼저 시즌을 끝낸 SK와 동률(88승 1무 55패)이 됐지만 상대 전적(9승 7패) 우위로 우승에 도달했다. 한때 9경기까지 벌어졌던 승차를 뒤집고 2년 연속 정규시즌 정상에 오른 두산은 전신 OB 시절을 포함 정규시즌 4번째(1995년, 2016년, 2018년)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시즌에 앞서 김태형 감독이 가장 걱정한 파트는 양의지가 빠진 타선이 아닌 불펜이었다. 비시즌 필승조 박치국이 우측 어깨 통증으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고, 군에서 돌아온 윤명준도 우측 팔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에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 최대성, 홍상삼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지만 여전히 제구가 불안했다. 여기에 믿었던 함덕주마저 5월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며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을 해냈다. 양의지의 보상선수로 합류한 이형범이 롱릴리프, 필승조를 거쳐 마무리자리를 꿰찬 것. 두산 입단 전 통산 4시즌 39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4.60에 그쳤던 그는 예리한 투심과 칼날 제구력을 앞세워 보상선수 신화를 썼다. 입단 첫 해 김 감독이 가장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가 된 것이다. 66경기 6승 3패 19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67의 호투를 펼친 이형범은 올해 두산의 최고 히트상품이 됐다.

2월 초 연봉 2억원에 두산맨이 된 권혁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등록 마감 시한인 1월 31일 이후 팀에 합류해 5월 1일부터 1군 출전이 가능했지만 스프링캠프와 2군 베이스캠프가 있는 이천에서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고, 팀에 합류하자마자 단숨에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전성기 때의 구위는 아니었지만 함덕주의 이탈 때 임시 마무리를 맡는 등 김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이형범과 함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이형범과 권혁. 이들이 없었다면 올해 두산 불펜은 어떻게 됐을까. 두산 입장에선 상상도 하기 싫은 가정이다.

[이형범(좌)과 권혁.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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