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 없는 페르난데스, 두산에 굴러들어온 복덩이였다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지난해 외인타자 덕을 전혀 보지 못했던 두산이 호세 페르난데스라는 복덩이와 함께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냈다.

두산은 1일 잠실 NC전에서 승리하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한화를 꺾고 먼저 시즌을 끝낸 SK와 동률(88승 1무 55패)이 됐지만 상대 전적(9승 7패) 우위로 우승에 도달했다. 한때 9경기까지 벌어졌던 승차를 뒤집고 2년 연속 정규시즌 정상에 오른 두산은 전신 OB 시절을 포함 정규시즌 4번째(1995년, 2016년, 2018년)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두산의 지난 시즌 외인타자 농사는 완전한 실패였다. 시즌 27홈런의 닉 에반스를 포기하고 일본프로야구 경험이 있는 지미 파레디스를 야심차게 영입했지만 21경기 타율 .138 1홈런 4타점 부진 속 6월 초 짐을 쌌고, 대체 외인 스캇 반슬라이크마저 12경기 타율 .128 1홈런 4타점으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최주환, 정수빈, 정진호 등 국내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공백이 메워졌지만 외인타자의 부재 속 결국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해는 분명 제대로 된 영입이 필요했다. 두산의 선택은 페르난데스였다. 쿠바리그서 8시즌을 뛴 그는 2017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해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지만 지난해 6월 LA 에인절스에서 마침내 빅리그 무대를 밟고 알버트 푸홀스의 백업을 맡았다. 기록은 36경기 타율 .267 2홈런 11타점 OPS .697. 마이너리그 2시즌 기록도 184경기 타율 .320 33홈런 124타점 OPS .898로 신뢰를 주기 충분했다.

시작은 좋지 못했다. 스프링캠프서 스윙 매커니즘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며 시범경기 7경기에 출전해 타율 .167(18타수 3안타) OPS .570에 그쳤다. 장타는 2루타 1개가 전부였다. 지난해 엄청난 실패를 맛봤기에 김태형 감독은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당시 “그래도 평균 타율이 있는 선수라 기대를 해본다”라고 말했지만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순 없었다.

그러나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에 불과했다. 개막에 앞서 “정규시즌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공언했던 페르난데스는 남다른 타격 센스와 선구안을 뽐내며 약속을 지켰다. KBO리그 적응을 넘어 리그 최고의 클러치 히터로 발돋움했다.

시즌 초반 양의지의 이탈, 주축 타자들의 공인구 부적응, 최주환의 부상 공백 등 각종 악재 속에서 홀로 타선을 이끌었고, 기복 없는 꾸준함으로 팀의 9경기 차 역전 우승을 견인했다. 2번, 4번, 5번 등 타순 이동도 잦았으나 페르난데스에게 이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했다. 김태형 감독은 “초반 호세가 우리의 떨어진 타격을 살렸다. 어려울 때 정말 큰 역할을 해줬다”라고 고마워했다.

144경기 타율 .342 197안타 15홈런 88타점 OPS .888의 맹타를 휘두른 페르난데스는 최다안타 1위, 타율 2위, 출루율 4위에 이름을 올리며 기분 좋게 데뷔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제 두산의 시선은 3년만의 한국시리즈 왕좌 탈환으로 향한다. 지난해 가을 클러치 능력을 갖춘 외인타자가 너무도 간절했기에 페르난데스의 맹활약이 반갑다. 과연 페르난데스가 가을에도 두산의 복덩이가 될 수 있을까. 정규시즌처럼만 해준다면 두산의 3년만의 통합우승 도전 전망은 밝다.

[호세 페르난데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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