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 뽐내는 KIA 문경찬 "올해 제 성적 말이 안 되네요"(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마무리 첫해 20세이브 고지에 올라선 문경찬(KIA)의 유종의 미를 노린다.

문경찬은 전날 광주 롯데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9구 호투로 시즌 23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6-5로 근소하게 앞선 9회초 중심 타선을 만났지만 선두타지 민병헌을 2구, 전준우를 초구에 각각 외야 뜬공 처리한 뒤 제이콥 윌슨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

이날 호투로 시즌 성적 52경기 1승 2패 23세이브 평균자책점 1.36이 된 문경찬은 20세이브-1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문경찬은 올 시즌 성적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20세이브를 달성한 날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이 컸다. 사실 (20세이브와 더불어) 평균자책점 1점대도 말이 안 된다. 올해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문경찬은 지난 4월 중순 김윤동의 부상 이탈로 갑작스럽게 마무리 보직을 받았다. 사실 처음부터 안정감을 뽐내며 클로저에 연착륙했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더욱 여유를 찾았다. 그는 “일단 나가는 상황이 정해져 있어 편하다. 긴장감도 처음보다는 많이 없어졌다. 오히려 집중력이 더 생긴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올 시즌 매 순간이 탄탄대로였던 건 아니다. 여름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며 블론세이브라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7월 9일과 8월 11일 삼성전, 8월 22일 키움전이 그랬다. 문경찬은 당시를 떠올리며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힘들었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언젠가 맞을 날이 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맞으니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여름이 올 시즌 가장 아쉽다. 사실 마무리가 어느 상황에 나가도 다 막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다른 투수들의 승계 주자를 지우지 못한 게 가장 미안하다. 내 자책점을 다른 투수가 올리진 않지만 내가 다른 투수의 자책점은 올릴 수 있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여름의 고비를 넘어 다시 제 궤도를 찾은 문경찬이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7세이브 평균자책점 0.87로 완벽에 가깝다. “최근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그는 “이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내년 준비할 때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경찬은 올해 팬들의 넘치는 사랑에 대한 감사함도 표현했다. 그는 달라진 위상에 “아직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다”라고 웃으며 “팬들이 너무 과분한 사랑을 주신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부모님 역시 티를 내진 않으시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하신다”라고 흐뭇해했다.

문경찬은 이제 내년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1년 반짝인 선수가 아닌 꾸준한 타이거즈의 마무리가 되는 게 목표다. 문경찬은 “첫해인데 생각보다 성적이 너무 잘 나왔다. 내년에는 올해 여름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게 없게끔 하겠다. 또 승계주자를 다 지울 수 있도록 구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문경찬에게 끝으로 올해 타이거즈의 새로운 마무리투수가 된 소감을 물었다. 그는 “너무 좋다. 그저 영광스러울 뿐이다”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문경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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