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내가 야유 받을 존재였나"...눈시울 붉힌 남준재

[마이데일리 = 인천 안경남 기자] 트레이드를 통해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 인천 유나이티드를 방문한 남준재가 옛 인천 팬들의 냉정한 야유를 받았다. 경기 후 눈시울을 붉힌 남준재는 깊은 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강등권 싸움 중인 인천과 제주는 18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6라운드서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 양 팀은 승점 1점씩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이로써 11위 인천은 승점 19점이 됐고, 12위 제주는 승점 18점이 됐다.

뜨거웠던 경기만큼 관심을 모은 건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트레이드로 운명이 바뀐 두 선수였다. 남준재는 인천에서 제주로, 김호남은 제주에서 인천으로 각각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남준재와 김호남 모두 떠나는 과정에서 소속팀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면서 논란이 됐고, 이적 후 인터뷰에서 인천을 상대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레골라스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말해 인천 팬들의 분노를 산 남준재는 경기 내내 야유를 받았다.

인천 서포터즈는 경기 중 남준재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그리고 ‘야반도주’라는 걸개를 걸고 남준재를 비난했다. 남준재가 경기 후 인천을 상징하는 푸른색 조끼를 일부러 챙겨 입고 서포터즈 석을 향해 걸어가 인사까지 건넸지만, 팬들의 반응을 냉정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남준재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솔직히 야유를 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인천에 내 모든 걸 바치며 뛰었던 걸 생각하면 선수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내가 인천에서 야유받을 존재 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끝나고 인천에 가까운 파란 조끼까지 입고 서포터즈에 가서 인사를 했다. 끝나면 그래도 박수 받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라며 말을 잇을 못했다.

실제로 인천 서포터즈의 야유를 받은 남준재는 후반 8분 만에 교체됐다. 최윤겸 제주 감독은 “저도 야유가 나올거라 예상 못했다. 남준재도 당황한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아쉽다”고 했다.

남준재는 “아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선수로서 지나 간 일이고, 인천에서 좋았던 추억만 간직하려고 한다”고 말한 뒤 인천 홈 구장을 떠났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프로축구연맹]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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