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유재석, '유퀴즈'로 보는 국민MC의 진가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유재석, 웃느라 생긴 눈가의 주름에서 그의 따뜻함을 엿본다.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은 국민MC 유재석의 tvN 첫 입성 예능이다. SBS '런닝맨'과 KBS 2TV '해피투게더'에서의 모습과 달리, '유퀴즈'에서 유재석의 모습은 더욱 정이 간다. '런닝맨'에서 그는 약삭빠르고 사기꾼의 기질을 가진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해피투게더'에서는 출연 연예인들의 말을 들어주고 반응을 한다면, '유퀴즈'는 지나가는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새로운 케미를 만들어나간다.

스튜디오형 MC들이 있는 반면, 유재석은 야외 버라이어티 '무한도전'에서 진가를 발휘해왔던 터라 '유퀴즈'는 그에게 맞춤형 예능이다. 베테랑 진행자라고 하더라도 가장 힘든 출연자는 일반인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진행자의 의도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환경에 처해질 수 있어 사실상 꽤 높은 난이도의 예능 프로그램 형태다. 하지만 유재석은 '아기 자기'라고 부르게 된 조세호와 새로운 콤비를 이루며 전국을 누빈다.

지난 겨울에는 야외 촬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잠시의 휴식기를 가졌고, 그 사이 '유퀴즈'에는 새롭게 변화된 부분이 있었다. 앞서 '유퀴즈'는 직장인들처럼 오전 9시에 녹화를 시작해 오후 6시에 이른바 '칼퇴근 예능'을 지향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유퀴즈'에서는 자연스럽게 촬영을 진행했고, 또 서울권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서울과 지방을 격주로 오가며 그 지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색깔, 문화를 담아낸다.

앞서 '유퀴즈'는 부산 편에서 영도 깡깡이 마을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고, 최근 대전 편에서는 노잼 도시에서 '유잼' 찾기라는 독특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유재석은 101세 어르신부터 귀여운 아이들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시도를 했고 그 안에서 의외의 웃음이 터져나오는 등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진솔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언급하는 한 어르신에게, 주저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며 남편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말한다. 또 생활고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도 단순히 힘내라는 말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최선을 다해 리액션을 해준다. 인터뷰의 진행자로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고 이미 국민MC라는 점에서 화려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는 몸을 낮추어 이야기를 듣는다.

'아기 자기' 조세호도 유재석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듯하다. 그는 최근 대전 편에서 어머니를 언급하며, 기차 안에서 자신은 자고 있었는데 형님은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에 어머니가 실망하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조세호는 유재석의 모습들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는 몸 가짐을 보이면서, 아장아장 선물가방을 들고 다니는 모습에서 따뜻한 웃음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화려한 게스트나 자극적인 대화들이 오가지 않는 예능이건만, 유재석 그 자체만으로도 진귀한 반찬들이 가득한 반상이 된다. 진득하게 오래 끓여야 맛이 나는 국물처럼 훗날에도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장기 예능 프로그램이 되길 빌어본다.

유재석은 '유퀴즈'에 이어 tvN과 새 예능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일로 만난 사이'는 JTBC '효리네 민박'을 연출한 정효민 PD의 tvN 첫 예능 프로그램으로, 노동힐링 프로젝트를 표방한다. 또 한 번 tvN과의 예능 호흡, 그리고 일손이 부족한 곳을 찾아가 매회 게스트와 땀 흘려 일하는 진솔한 프로그램을 통해 또 다른 그의 활약을 볼 수 있게 됐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tvN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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