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 9회초 2사 1루에 마운드에 오른 이유는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힘이 들어가면 공이 높아지니 주의하라고 했다."

롯데는 25일 부산 KT전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8-8로 비겼다. 사실 9회에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마무리 박진형이 8회 1사 1,2루에 올라와 위기를 극복했고, 9회에도 선두타자 유한준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멜 로하스 주니어와 박경수를 잇따라 삼진으로 처리했다.

아웃카운트 1개만 추가하면 3연승을 달성하는 순간. 이때 양상문 감독이 천천히 마운드에 올라갔다. 투수교체를 할 타이밍도 아니었고, 박진형을 격려하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의 마운드 방문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황재균이 박진형의 초구 슬라이더를 통타,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터트렸다. 공교롭게도 양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하고 내려오자 박진형이 동점을 허용한 것이었다. 양 감독의 마운드 방문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양 감독은 26일 부산 KT전이 취소된 뒤 "이상하게 기분이 찝찝했다. 진형이에게 힘이 들어가면 공이 높아지니 주의하라는 말을 했다. 주자가 2루에 있었다면 손승락으로 바꿨을텐데, 1루라서 한 타자 더 가기로 했다. 교체도 고려했지만, 힘이 남아있는 상태였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나 양 감독은 동점 투런포를 맞은 박진형을 질책하지 않았다. 그는 "재균이가 바깥쪽으로 제구된 공을 잘 쳤다. 팔로우 스로우가 끝까지 이뤄졌다. 팔로우 스로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땅볼이 나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롯데는 이날부터 박진형-구승민 더블스토퍼를 운용했다. 사실상 박진형에게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최근 부진한 구승민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변화다. 구승민은 박진형 앞에서 무실점 투구를 했다. 양 감독은 "승민이는 편한 상황에 나오니 잘 던졌다"라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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