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꼴찌후보→우승후보, "1명만 바뀐 거야"의 의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명만 바뀐 거야."

DB 이상범 감독은 "이제 꼴찌후보라는 소리 안 듣겠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부담이 되더라도 우승후보라는 소리를 듣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 감독은 지난 2년간 '꼴찌후보'라는 외부의 평가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DB는 김종규 영입으로 꼴찌후보에서 우승후보로 탈바꿈했다. 두경민, 허웅, 윤호영, 김종규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1~4번을 구축했다. 두경민이 시즌 막판 제대하기 전 공백을 대비, 김태술을 영입한다. (물론 삼성에 반대급부를 내줘야 한다. LG에 김종규 보상선수도 내줘야 한다. LG가 보상선수 대신 보상금만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외국선수 농사가 완전히 실패하지 않는 한 DB의 상위권 도약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 감독은 "1명만 바뀐 거야"라고 말했다. 김주성이 은퇴하고 김종규가 들어왔다는 얘기다. 물론 2017년 이 감독 부임 후 허웅과 두경민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거나 돌아올 예정이다. 그 외 몇몇 비주전급 멤버들의 영입 및 퇴단도 있었다.(정말 선수 1명만 바뀐 건 아니다)

그러나 이 감독 말대로 김주성 은퇴와 김종규 입단을 제외하면 전력에서 큰 틀의 변화는 없다. 그런데 왜 2년 전에는 꼴찌후보였고, 다음 시즌은 왜 우승후보일까. 그는 "지난 2년간 리빌딩을 했다. 선수들 이름값이 올라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부임 후 업템포 농구를 주입했다. 정적인 수비농구, 주전들에게만 의존하던 과거 특유의 컬러를 180도 바꿨다. 현대농구 트렌드를 따르면서 로스터 전원을 활용, 김태홍, 박지훈, 서민수(군 복무), 김현호, 유성호 등을 재발견했다.

물론 이들의 기량이 이 감독 부임 전에 비해 크게 업그레이드 된 건 아니다. 그러나 코트에서 어떠한 상황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역량을 발휘하는 습관을 확실히 들였다. 이 감독은 국내선수들이 박스아웃, 리바운드 등 기본만 잊지 않으면 그 다음 스텝,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기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독려했다. 실책 100개를 해도 되니 최대 10분의 기회를 보장했다.

지난 시즌 막판 힘이 떨어진 건 맞다. 그러나 부상자도 있었고 가능성도 확인했다. 그 결과 선수들의 활용폭이 넓어지면서, 상대의 경기운영에 대응하는 힘이 생겼다. 허웅, 두경민, 윤호영 외에 주전 경험이 거의 없던, 보통의 DB 국내선수들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2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2년 전 DB에 부임한 이 감독에게 선배 농구인들은 "너네 연습경기는 되냐?"라고 물었다. (코멘트를 우연히 직접 몇 차례 듣기도 했다) 이름값 떨어지는 선수들을 데리고 제대로 시즌 준비가 되겠느냐는 걱정이었다. 꼴찌후보의 근거. 그러나 2년 후, DB에 대한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김종규는 보수총액 10억원대 시대를 처음 열어젖힌 대형 FA다. 하지만, 농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지금 DB가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건 단순히 김종규의 무게감만 투영된 결과가 아니다. 2년간 리빌딩하며 쌓아온 국내 백업멤버들의 무게감이 높아진 것에 대해 외부의 인정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지난 2년간 힘들게 (리빌딩을)했다. 이제 진정한 백업들을 갖췄다. 종규가 왔으니 제대로 해봐야지"라고 말했다. 주위의 평가가 향상됐다는 건 기대하는 성적에 대한 기준점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이 감독의 책임감, 부담감도 커졌다.

이 감독은 "외국선수가 중요하다. 또 보러 나간다. 계속 팀을 구성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2019-2020시즌은 DB에서의 3년 계약 마지막 시즌. 이 감독은 김종규, 그리고 지난 2년간 성장한 국내 백업자원들과 함께 리빌딩의 최종관문을 뚫으려고 한다.

[DB 선수들(위,가운데), 김종규(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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