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이야기 26]홍천 한우 산나물 축제, 10% 부족했지만 좋은 성적 거둬

웰빙&힐링의 시대, 복(福)이 가득한 홍천

전국 기조자치단체 중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허필홍군수)이 또 하나의 지역 축제를 탄생시켰다. 5월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 동안 펼쳐진 제1회 홍천한우·산나물축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지역농가에게 큰 행복을 안겨줬다. 우리는 홍천하면 제일 먼저 홍천강을 떠올린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홍천군은 홍천강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고장이다. 서석면 생곡리 미약골에서 발원해 홍천 중앙부를 지나 북한강 청평호로 흘러드는 홍천강은 예부터 홍천의 가장 큰 젖줄이자 영동과 영서를 잇는 수운(水運)의 요충지였다. 주민들은 “홍천강은 다른 지역의 물이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청정1급수”라고 자랑한다. 이 하나 만으로도 ‘청정 홍천’을 쉽게 상상하게 된다.

조선시대 명기(名技) 황진이의 정신적 애인이었던 조선 초기의 문신인 서거정은 자신의 저서 ‘학명루기’에 “홍천은 산과 물이 둘러있고, 깊고 궁벽한 곳에 있으면서 잘 다스려졌다”고 썼다. 한양과 거리가 멀리 떨어 행정의 손길이 닿기 어려웠던 지라 궁벽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홍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다스려졌다’는 평을 얻은 건 어쩌면 이곳의 인심이 넉넉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심이 넉넉하다는 것은 주변 환경이 수려하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좋은 풍광을 조망하는 것이 일상생활이다 보니 자연을 닮아 몸과 마음의 건강하고 품이 넓을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홍천은 드넓은 터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3배 넓이이며 강원도의 10.7%에 달하는데 산지(山地)가 군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그런데다가 4차선으로 넓어진 44번 국도와 남북을 잇는 중앙고속도로가 홍천을 통과하고, 수도권과 동해안을 잇는 동서고속도로가 뻥 뚫려 있어 이제 홍천은 더 이상 궁벽하지 않은 고장이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은 하늘이 주신 천혜의 자연 자원이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얼마 전에 개최된 제1회 홍천한우·산나물축제를 성공시킨 주역 중 하나다.

제1회 ‘한우 산나물 축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잔치

우리가 ‘한우’ 하면 강원도 횡성을 먼저 떠올리는데 홍천 한우 또한 횡성 한우와 어깨를 나란히 명품 한우다. 또 산나물도 그렇다. 홍천의 땅 중 87%가 산지(山地)로 이루어져 있어 산나물 채취에 이만한 고장도 없다. 산나물이 많이 나기도 하지만 맛과 품질이 우수해서 홍천군을 믿고 찾는 사람이 많다. 사실 홍천에 축제는 많다. 그러나 봄 축제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제1회 ‘홍천 한우 산나물 축제’가 열려 군민들의 갈증이 많이 해소 되었으리라고 본다.

홍천문화재단에 따르면 홍천군 토리숲에서 열린 제1회 ‘홍천 한우 산나물 축제’ 장을 찾은 관광객 수는 15만 명으로 집계됐다. 또 행사장 내 매출액은 6억2천만원에 달했다고 결산했다. 축제 기간 동안 예상 외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축제가 끝나기도 전에 산나물을 모두 판매한 농가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홍천 산채연구회 권순서 회장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오셔서 밭에서 산나물 채취하랴, 축제장에서 판매하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축제의 주인공이 홍천명품한우와 산나물이다 보니 이번 축제에선 먹거리가 주를 이뤘다. 축제 기간 내내 셀프식당 마다 숯불 연기가 가득했다. 또

명품 한우와 명품 산나물을 시중가보다 20% 저렴하게 판매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흘 내내 선착순으로 진행한 모종 나눔 행사와 만원의 행복 이벤트장은 장사진을 이뤘다.

이밖에도 산나물 맞추기, 한우 부위 맞추기, 산나물 전시관, 한우홍보관도 큰 인기를 모았다. 홍천문화재단 (전명준 대표이사) 측은 “홍천군 첫 봄 축제로서 시도한 이번 축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사계절 축제 밑그림이 완성됐다. 며 "앞으로 계절마다 특색 있는 축제로 관광객들을 만나겠다”고 말해 내년 봄 ‘홍천 한우 산나물 축제’가 어떤 변화의 모습을 보일 지 기대를 걸어 본다.

이번 축제에 10% 욕심을 더 냈더라면

제1회 ‘홍천 한우 산나물 축제’를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의 잣대로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다. 이벤트 무대에서 참가자의 눈과 코,귀를 막고 산나물을 맞추는 ‘눈 감고 코 막고 산나물 맞추기’도 인기가 많았고, ‘도구를 활용한 한우 부위 맞추기’도 먹거리 축제라는 주제에 충실했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는 다른 지역 축제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재미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여기에 홍천에서만 보여 줄 수 있는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우. 산나물’ 하면 홍천을 떠올리고 다시 찾게 된 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홍천군은 다른 지역이 따라 올 수 없는 천혜의 청정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많은데 이런 보물과의 접목이 덜 이뤄져 아쉬웠다.5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굵직한 행사들도 잇따라 열렸다. 10일 오후 7시부터는 유명 품바팀 ‘영심아 품바’ 단독콘서트가 펼쳐졌고, 11일 오후 7시부터 7080콘서트가 열렸다. 김정민,양하영,박남정 등 70~80년대를 주름잡던 유명가수들의 7080콘서트가 열려 큰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이 또한 다른 지역축제에서도 만날 수 있는 보편적인 콘텐츠다. 여기에 홍천 고유의 정체성이 담긴 문화 콘텐츠가 더해졌다면 그야말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아니었을까?

다행히 홍천문화재단이 관광객들에게 가리산 레포츠파크 할인 쿠폰을 증정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고 본다. 가리산 레포츠파크는 익스트림 극한 스포츠 매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총 길이 969m의 짚라인과 포레스트 어드벤처,서바이벌 게임 등 40여 종의 다양한 체험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홍천문화재단이 제공한 할인쿠폰은 극한 스포츠를 경험하고 싶었던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었을 것으로 본다.

알파카월드를 방문할 수 있는 할인 쿠폰도 축제 기간에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아이가 있는 가족단위 관광객이나 동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파카 사파리 기차, 알파카와 산책하기, 독수리 나라, 맹금류 연구소, 포니나라 등 다양한 동물친구들을 만났던 경험은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되었을 것이다.

제1회 홍천한우·산나물축제는 홍천군이 야심차게 시작한 봄 축제로 홍천군은 ‘4계절 4색’ 축제의 퍼즐을 맞췄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꼼꼼히 따져보면 그렇지가 않다. 홍천꽁꽁 축제, 홍천무궁화를 주제로 한 한서문화제, 이번에 열린 한우 산나물 축제가 따로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선택과 집중의 묘를 잘 살리지 못했다. 홍천의 4계절 축제를 관통하며 중심을 잡아주는 대들보가 없다보니 ‘4계절 4색’ 축제가 제각각으로 흩어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축제 콘텐츠를 한껏 품고 있어 재미가 있는 고장

지역축제 총감독으로써 홍천군은 꽤 탐나는 지역이다. 홍천군은 무궁화 성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 때 독립 운동가이자 교육자, 언론인이었던 한서 남궁억(1863-1939) 선생은 1918년 향리인 이 마을로 낙향해 모곡교회와 모곡학교를 짓고 교육에 힘쓰는 한편 무궁화를 전국적으로 퍼뜨리는 데 힘썼다. 1933년 체포됐다가 2년 뒤 병으로 석방됐지만 77세인 1939년에 사망했다. 보리울에는 한서기념관과 무궁화동산이 들어서고, 초기의 예배당이 복원돼 있다. 홍천군은 해마다 가을에 남궁억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는 한서문화제를 열고 있다.

또 강원도 홍천이 자랑하는 인물 가운데 또 한 사람은 세계적인 춤꾼 최승희(1911-1967)다. 홍천 남면 제곡리 안말에서 태어난 최승희는 일제강점기에 ‘전설의 무용가’ ‘전설의 무희’ ‘동양의 진주’ ‘조선이 낳은 세계적 무용가’라고 불렸다. 그녀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조선춤으로 세계를 누볐다. 그녀의 조선춤은 절망에 빠져 있던 조선 사람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그녀의 남편 안막(본명 안필승) 또한 대단한 계몽문학가였다. 하지만 해방 이후 좌,우 이념이 극심하게 대립하면서 최승희의 운명은 소용돌이 쳤다. 남편 안막이 월북을 하자 최승희도 남편을 따라 북으로 갔다. 김일성의 후원으로 김일성 대학이 있는 대동강변에 <최승희 무용연구소>를 열고 세계를 누비며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안막이 숙청을 당하면서 그녀 또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핍박을 받으면서 춤정신을 부여잡았던 최승희. 홍천군에서는 최승희의 춤 정신의 계승을 위해 해마다 <최승희 춤축제>를 연다.

또 물걸리 동창마을은 3·1만세 운동 때 낫과 호미로 무장한 여덟명의 열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자주독립을 외치던 곳이다. 이들 ‘팔열사’를 기리는 기미만세공원과 팔열중학교가 있다. 이렇게 다른 지역에는 없는 홍천 고유의 열사정신과 문화가 홍천 곳곳에 뿌리는 내리고 있는데 이런 문화자산을 지역 축제에 접목하지 않은 아쉬움이 크다. 한서문화제, 최승희 춤축제를 별개로 개최하긴 하지만 이번 한우 산나물 축제에 접목했다라면 축제의 품격과 가치도 높아지고 홍천이 예사롭지 않은 지역이란 점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홍천 고유의 축제문화 브랜드 육성 기회

홍천군은 지역축제에 관련해서 꽤 선각자적인 안목을 지닌 지역이다. 지난 2009년 (사)홍천군축제위원회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이번 제1회 한우 산나물 축제 고문을 맡은 최재경 선생이 당시 초대 위원장이었고, 현 허필홍 군수가 군의회 의장으로 (사)홍천군축제위원회 임원을 맡았었다. 당시 (사)홍천군축제위원회가 조직된 배경은 홍천찰옥수수 축제, 무궁화축제, 강원홍천인삼축제 등을 효율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였다. 2009년 임시총회에서 최재경 위원장은 “오늘 임시총회를 계기로 축제위원회는 축제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전문성 강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축제운영 효율성 극대화, 축제 경쟁력 확보, 축제 전문성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한 당시의 약속을 홍천군이 다시 한 번 복기(復棋) 해보기를 권한다.

홍천은 지역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레저시설 확충, 공장유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생명·건강산업도시를 미래 홍천의 테마로 삼고 생명·건강산업 유치에 주력하면서 홍천 특산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이 덕분에 ‘홍천강 수라쌀’ ‘늘푸름 홍천한우’ ‘홍천 찰옥수수’ ‘6년근 홍천 인삼’ ‘홍천잣’ ‘늘푸름한우’와 ‘산우리흑돼지’ ‘홍천 산나물’이 명품으로 대접 받는다.

궁벽한 은둔의 땅에서 접근성 쉬운 홍천, 생명력 넘치는 홍천으로 회자 되고 있는 지금, 명품 지역축제를 키워 홍천의 또 하나 자산으로 삼는다면 홍천은 ‘살고 싶은 지역’으로 급부상 하리라고 본다.

필자 소개

김종원 축제칼럼니스트는 지역축제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지역 축제를 성공시켜 문화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외 많은 상(賞)을 수상했다. 또한 지역 축제 총감독 으로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양구배꼽축제’ ‘지리산함양 곶감축제’ ‘남해 보물섬 마늘 축제’등 10여개 지역 축제의 지휘봉을 잡았다. 또 ‘2019관악강감찬축제’ 총감독 공개모집에 최종 선발되어 축제를 총괄 진행하고 있다.

- (現)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 (現) 제이스토리미디어 대표

- (現) 파주시 정책자문위원 (경제문화분과)

-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수상) 외 다수 수상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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