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PS에도…김기태 감독은 왜 사퇴를 택했을까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인생은 새옹지마다. 통합우승을 이끌며 광주의 영웅으로 거듭났던 감독이 불과 2년 만에 성적 부진에 대한 압박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자진사퇴를 택했다. 김기태 감독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

김기태 감독의 ‘동행야구’가 예상치 못한 시기에 끝나버렸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했다. 구단이 숙고 끝에 16일 사의를 수용했고, 이날 광주 KT전을 끝으로 KIA 감독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제 17일 대전 한화전부터는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팀이 운영된다.

김 감독은 지난 2014년 10월 KIA의 제8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첫 시즌 7위에 그쳤지만 2016시즌 5위를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무려 3년 연속 팀을 가을야구에 올려놨다. 하이라이트는 2017시즌이었다. 우승 전력이 아니라는 평가를 뒤집고 무려 승률 .608로 정규시즌 정상에 오른 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2009년 이후 8년만의 통합우승에 도달했다. 김 감독은 이에 힘입어 오는 2020년까지 3년 재계약에 도장을 찍었다.

김 감독은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KBO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킨 사령탑이다. 기존의 권위주의를 버리고 베테랑부터 신인까지 모든 선수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며 선수단 화합을 도모했다. 운영도 합리적이었다. LG 감독 시절부터 무조건 노력한 자에게 먼저 기회를 준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현장에서 봤을 때 융통성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신념이 뚜렷했다. 지난 2013년에는 시중에 ‘김기태의 형님 리더십’이라는 도서가 나오기도 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김 감독과 KIA의 동행은 지난 시즌부터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우승 직후 마땅한 전력 보강 없이 기존 멤버들에게 신뢰를 보냈지만 마운드가 급격히 무너지며 우승팀의 위용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성적과 세대교체의 딜레마 속에서 시즌 막판 5위 싸움에 휩싸였고, 결국 롯데의 추격을 뿌리치며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소득은 없었던 가을행이었다.

균열의 결정타는 임창용 방출이었다. KIA는 지난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7경기 5승 5패 4세이브 4홀드로 활약한 임창용에게 돌연 방출을 통보했다. 보직을 가리지 않고 헌신한 베테랑의 퇴장에 팬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급기야 감독이 팬들을 직접 만나기에 이르렀다. 끝내 방출에 대한 속내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는 김기태 리더십이 흔들리는데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한 사건이 됐다.

여기에 팀 성적까지 최악으로 향했다. 비시즌 주전들의 줄 부상으로 모든 플랜이 어그러졌다. 외국인농사도 대 실패였다. 제이콥 터너, 조 윌랜드가 아직까지도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며, 제레미 해즐베이커는 11경기 타율 .146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짐을 쌌다. 그래도 초반 어린 선수들을 앞세워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최근 최약체로 분류된 KT에게 연달아 패하며 여론이 악화됐다.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도 김 감독은 웃을 수 없었다. 대내외적으로 발생한 많은 변수들을 극복하지 못한 채 씁쓸하게 KIA 유니폼을 벗었다. 김 감독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다. 그 동안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팬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하며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았던 동행야구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기태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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