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500주기 맞아 '레오나르도 다빈치-그와 함께 한 50년' 출간

[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 지난 5월 2일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공학자이자 발명가이기도 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서거 500주기를 맞이하는 날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조국인 이탈리아는 물론 그가 숨을 거두었던 프랑스 곳곳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고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명하기 위한 전시회와 강좌,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가디언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500주기를 맞아 ‘레오나르도 다빈치 관련 좋은 책’으로 선정한 마틴 켐프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명저가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마틴 켐프 교수는 영문명이 ‘Living with Leonardo’인 이 책에서 다빈치가 사후(死後) 500년이 지난 21세기에도 여전히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이자 아이콘으로 숭앙을 받는 현상에 주목한다.

그리고 큐레이터와 예술품 중개인, 익명의 수집가들, 예술사학자 그리고 비전문가인 아마추어 ‘숭배자’들에 이르기까지 온갖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해 그를 두고 벌이는 논쟁과 비즈니스, 연구 등의 복잡계를 ‘레오나르도 다빈치 산업’(Leonardo Da Vinci Industry)으로 정의한다. 사기꾼과 도둑, 미디어와 출판계, 미술관과 전시 관계자들이 한데 뒤섞여 매일매일 새로운 뉴스와 이야깃거리를 쏟아내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산업’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다.

이런 현장에서 50년간 몸담으며 겪었던 이야기들과 숨은 사연들은 흥미진진하다. <최후의 만찬> 복원 프로젝트에 대한 고찰을 비롯해 아이즐 워스 <모나리자>를 실물로 보지 않고도 위작으로 판정한 이유를 저자는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해준다.

아울러 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모인 카테리나의 정체를 빈치 마을의 연구를 통해서 정확히 밝혀낸 과정도 흥미롭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회화 작품 중 제일 유명한 <모나리자>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연구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 녹아 있는 그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통로로 안내해 준다. 마틴 켐프 교수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모나리자>를 방탄유리 밖이 아닌 일체의 보안 장치가 제거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2번에 걸쳐서 조사했다. 그 결과 <모나리자>가 특정 인물을 모델로 하기는 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델에 대한 실제적 재현보다는 자신이 가진 인체의 해부학과 수리학, 우주관을 총동원해 작품을 만들었으며 당시의 이상적인 여인에 대한 총체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치밀한 논거를 통해 밝혀주고 있다. 실제 마틴 켐프 교수는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문장과 <모나리자>의 배경에 등장하는 묘사의 기법의 유사성, <모나리자>를 제작하기 전에 다빈치가 그린 중년 여인의 인체 해부도 등을 그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마틴 켐프 교수는 아울러 영국 왕실에서 벌어진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의 도난 사건에서 경찰과 한 팀이 되어 범죄자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과 100년 만에 새롭게 다빈치의 작품으로 인정을 받은 유일한 두 작품인 <아름다운 왕녀>와 <살바도르 문디(구세주)>를 감정했던 뒷이야기를 이 책에서 털어놓고 있다. 2003년 8월 27일 영국 스코틀랜드 국경의 드럼랜릭 성에서 버클루 공작이 아끼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성모와 실패>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도난 4년 만인 2007년 10월 경찰이 회수한, 진품으로 추정되는 <성모와 실패>를 17년 만에 다시 감정하며 저자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아름다운 왕녀>를 발견하게 된 과정도 흥미롭다. 경매에서 19세기 독일 화파에 속한 화가가 그린 그림으로 약 12,000달러 정도에 가격이 책정된 그림이었던 <아름다운 왕녀>는 마틴 켐프 교수의 조사 결과 조반니 시모네타가 루도비코의 아버지 프란체스코를 찬양하기 위해 쓴 책인 <스포르자다(Sforziada)>의 한 페이지에 포함된 다빈치의 작품인 것이 밝혀졌다. 마틴 켐프 교수는 바르샤바 도서관의 고문서실에서 <스포르자다>를 조사한 뒤 실버만 부부의 소장작이 바로 이 책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해 사우디 왕자가 구입했으나 최근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진 <살바도르 문디>의 발견 과정도 이와 유사했다. 2017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인 <살바도르 문디>(구세주)가 4억5,030만 달러(약 5133억4,200만 원)에 낙찰되어 세계 최고가 그림의 기록을 갱신했다. 불과 60년 전인 195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이 그림은 다빈치의 제자 볼트라피오가 그린 것으로 판명되어 45파운드에 팔렸고 이후 미국에서 10,000달러에서 거래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이름,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이 고유명사가 그림 앞에 붙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이처럼 작품의 가치가 달라진 것이다. 저자는 <살바도르 문디>에 대한 감정 과정과 이 작품이 세계에 최초로 공개되게 된 배경을 상세히 들려준다.

이밖에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에 대한 비평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와 주제는 폭넓고도 다채롭다. 50년이 넘도록 평생에 걸쳐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구한 마틴 캠프는 이를 통해 ‘이 시대 우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죽은 지 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왜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거시적인 해답을 내놓는다. 그러기에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정작 왜 그렇게 유명한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 지 못하는 위대한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애와 작품 세계로 떠나는 여정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나침판이 되어줄 것이다.

[사진=가우디엄어소시에이츠]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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