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에드 시런, 나랑 너의 낭만이 만개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낭만이 만개했다.

에드 시런이 '다이브(Dive)'를 시작하자 한 외국인 남성 관객이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 그의 카메라 포커스는 에드 시런이 아니었다. 리듬에 몸을 맡긴 채 부드럽게 춤추는 여인. 그의 카메라 포커스는 오직 여자친구였다. 에드 시런의 노래는 그의 영화 속 완벽한 OST였을 뿐이다.

해가 떨어지던 21일 저녁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 에드 시런이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노래하자 낙조가 번진 하늘엔 낭만의 꽃이 피었다.

마치 한 편의 명화(名畫)였고, 기타 한 대로 피워낸 명화(名花)였다.

에드 시런이 창조한 온갖 사운드가 루프 스테이션을 거쳐 공연장을 끝없이 맴도는 사이, 관객들은 '캐슬 온 더 힐(Castle on the Hill)'부터 '싱(Sing)'까지 에드 시런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달빛축제공원에 거대한 음악의 성을 세운 까닭이다.

관객들을 일렁인 감동은 곧 노래가 되었다. '음악 천재'에게 관객들의 함성은 또 하나의 사운드였기 때문이다. 에드 시런이 함성을 코러스 삼아 노래함으로써, 관객들은 노래의 주인공이자 콘서트의 주연으로 끌어올려졌다.

사방이 확 트인 야외 공연장이었음에도, 사운드는 흩어질 겨를 없었다. 섬세하게 기타를 튕기며 은밀하게 읊조리는 에드 시런의 노래는 바로 앞에서 연주하듯 선명하게 펼쳐졌고, 관객들은 혹여 노랫소리가 바람에 흩날리기라도 할까 가만히 숨죽인 채 한 음 한 음 붙잡아 삼켰다.

그 순간 '완벽한' 사랑의 축제였다.

줄곧 에드 시런에게 향해 있던 여인의 시선이 남자친구를 향해 수줍게 고개 돌린 순간, 에드 시런의 '다이브' 노랫말이 달빛축제공원에 울려 퍼지며, 나와 너 우리 모두는 사랑의 호수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사진 = 프라이빗커브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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