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이야기17]천안문화재단 천안문화축제의 구심점

삼국통일의 전진기지였던 천안 삼기원(三岐院)

한강 이남에서 불리는 남도민요 흥타령은 경기도 흥타령과 전라도 흥타령이 있다. “천안 삼거리 흥~~흥~~ 능수야 버들이~~”라는 사설이 반복되는 경기도 흥타령은 ‘천안삼거리’로도 불린다. 반면에 전라도 흥타령은 뒷소리에만 흥이 붙는다. 전라도 흥타령에 비해서 경기도 흥타령 ‘천안삼거리’는 훨씬 경쾌하고 사랑의 즐거움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이 덕분에 김세레나 등 많은 가수들이 ‘천안삼거리’를 불러 흥 타령하면 천안을 먼저 떠올린다. 그렇다면 왜 경기도 흥타령에 천안삼거리가 등장할까?

필자가 특별히 이 부분에 대해서 공부한 바는 없지만 추측컨대 천안이 교통의 요충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 하나가 천안을 기점으로 남쪽으로 통하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병천을 거쳐 청주, 상주, 대구, 동래 등 영남지방을 지나 남해로 통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 공주를 지나 논산, 광주, 순천, 여수 등 호남지방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에 서울을 오가는 길까지 더해져 총 3개! 바로 천안삼거리가 한강이남 삼남대로의 분기점인 것이다.

조선 시대 지리서 동국여지승람을 증보 편찬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천안 고을 남쪽 6리에 세 갈래 길인 ‘삼기三岐’와 길손을 재워주는 ‘원院’, 즉 ‘삼기원’이 있다고 실려 있다. 이것이 바로 천안삼거리다.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을 보면 후삼국시대, 태조 왕건이 삼국을 통일하기 위해 천안을 전진기지로 택한 것이 나온다. 이는 천안이 전국 어디로든 이동하기 좋은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이고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덕분에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불리웠던 경기도 흥타령에 “천안 삼거리 흥~~흥~~ 능수야 버들이~~”라는 사설이 떡하니 자리했다고 본다. 한강 이남의 교통요충지라는 지리적 잇점과 흥타령의 본고장으로 각인된 점은 충청남도 천안이 보유한 소중 문화자산이자 미래를 견인하는 흥(興)의 동력이다.

국어사전에 흥(興)이란 낱말을 찾아보면 ‘보통 재미있거나 즐거운 감정’이라고 나와 있다. 한(恨)과 대조되는 것이 흥이라고 보면 된다. 흥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기질이기도 하다. 퇴계 이황은 한시(漢詩)는 흥겹지 않아 우리 말로 된 노래를 짓는다면서 ‘도산십이곡’을 남겼다. 도산서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면서 흥(興)을 강조했던 이유를 “노래하고 춤추고 뛰게 해서 더러운 마음을 씻어버리고 좋은 느낌이 일어나야 천지와 통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많은 분야에서 두루 통(通)하는 통섭을 강조하고 있는데 흥이 아니면 통하기가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천안 흥타령 축제’는 국가적 신명을 돋우는 ‘대한민국 흥(興) 축제’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시민행복 생활문화도시 만드는 ‘천안문화재단’

이번 축제이야기 행선지를 충남 천안시(구본영 시장)로 잡고 천안 문화 재단(안대진 대표이사)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축제 총감독 김종원의 시선으로 그 동안 주목했던 천안시였기에 이 고장의 문화 예술의 흐름, 특히 지역축제가 어떤 역량있는 전문가 집단에 의해서 운영되는지 궁금해 꼼꼼히 들여다 본 천안 문화 재단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천안흥타령춤축제’가 6년 연속 ‘지역대표 공연예술제’ 공모에 선정됐다는 내용과 ‘시민행복 생활문화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였다.

문화체육관광부(도종환 장관)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박종관 위원장)가 실시하고 있는 지역대표공연 예술제 지원 공모사업은 심사가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문화예술진흥기금에서 지원을 하니 심사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기에 당연한 일. 이번 공모사업은 무용, 전통예술, 음악, 연극. 뮤지컬 등 예술일반 총 5개 부문으로 나누어 심의가 진행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천안흥타령춤축제는 무용분야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게 됐다. 무용분야 심의 총평을 보면 “천안흥타령춤축제는 참신한 기획력을 동반한 무용 대중화 등 최근의 쇄신 노력이 돋보인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경제효과 창출 등 지역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대표적인 무용축제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이례적인 찬사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천안흥타령춤축제는 120만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총 261억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안문화재단(안대진 대표이사)은 “천안흥타령춤축제를 6년 연속 지역대표공연예술제에 선정될 수 있도록 많은 호응을 보내 준 천안시민 여러분께 매우 감사드린다."면서 "국민이 함께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무용의 대중화 및 문화예술 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역축제는 축제를 하는 그 지역의 축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축제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보고 즐기고 함께 할 수 있는 축제가 있다면 거리를 불문하고 찾아가기 때문이다.

2019 천안흥타령 축제

천안 흥타령 축제는 천안 삼거리에 얽힌 여러 전설과 천안 지역 고유 민요 흥타령을 모티브로 하여 춤을 테마로 특성화시킨 ‘열린 춤 축제’다. 축제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어깨가 들썩들썩해지는 흥타령 <천안삼거리>가 귀를 사로 잡는다. 천안 흥타령 축제에서 볼거리 즐길거리가 참 많지만 꾸준히 이어지는 콘텐츠는 마당극 ‘능소화’! 능소화의 줄거리는 조선시대 유봉서라는 홀아비가 어린 딸 능소를 데리고 변방 수자리로 가던 중 천안 삼거리 부근에서 주막에 딸을 맡기는 것에서 시작한다. 유봉서가 홀로 변방으로 떠나고 어린 능소는 어여쁜 처녀가 되어 박현수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박현수가 과거에 급제해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한 후 장원급제해 어사가 되어 부임하던 중 삼거리에 다시 찾아온다. 마침 이때 변방으로 떠난 유봉서도 삼거리에 다다라 기쁨의 재회를 나누며 노래하고 춤을 추었는데 이것이 바로 "흥타령"이라는 이야기. 그 어떤 어려움에도 사랑의 맹서가 지켜지고, 그 덕분에 삼거리에서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재회의 기쁨을 맞이한다는 내용은 봐도 또 봐도 더 좋아지는 GOOD 드라마!

1년에 한번 씩 우리민족의 흥(興)이 천안으로 응집된다면

올 ‘천안 흥타령 축제’는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이제 겨우 여섯 달정도 남았다. 이 축제가 처음 시작된 후 작년까지 많은 노하우와 콘텐츠가 잘 축적되었으리라고 본다. 천안흥타령축제 중 ‘마당극 능소화’와 ‘어린이 놀이체험’ ‘무료 떡만들기 꽃산병’ ‘119 안전체험관’ ‘장애인 체험; 같은 공간 다른 생각’ 같은 몇 장면이 떠오른다. 어린이 놀이 체험은 인기가 많았다. 딱지치기, 굴렁쇠 굴리기, 제기차기, 달고나 등 무료로 체험을 즐기고 ‘엽전’ 하나씩 받아가 5개가 모아지면 엿,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어 문전성시를 이뤘다.

‘2019 천안 흥타령 축제’에서도 이런 이벤트를 유지하고 더 좋은 것을 확충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축제 총감독 경험자로서 여기에 꼭 더해졌으면 하는 것이 있다. 이 글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천안삼거리는 경기, 호남, 영남 지역에서 생산되는 문물이 모여들고 거쳐가는 곳. 지역 특산물뿐만 아니라 ‘전국의 문화가 흐르는 교차로’ ‘천안이라는 브랜드’를 ‘2019 천안 흥타령 축제’에서 주요 콘텐츠로 활성화 하면 부족한 2%가 채워질 것으로 본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어 한양으로 향하는 보부상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수많은 선비들이 피곤을 풀며 잠시 머물렀던 천안 삼거리. 또 돈 벌어 다시 고향으로 가는 보부상과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하는 선비들이 벅찬 마음을 잠시 다독였던 천안 삼거리 풍경을 재현하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2019 천안 흥타령 축제’의 가치가 훨씬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필자 소개

김종원 축제칼럼니스트는 지역축제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지역 축제를 성공시켜 문화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외 많은 상(賞)을 수상했다. 또한 지역 축제 총감독 으로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양구배꼽축제’ ‘지리산함양 곶감축제’ ‘남해 보물섬 마늘 축제’등 지역 축제의 지휘봉을 잡았다.

- (現)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 (現) 제이스토리미디어 대표

- (現) 파주시 정책자문위원 (경제문화분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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