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승츠비’ 승리는 ‘위대한 개츠비’를 알고 있을까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누군가 자신에게 별명을 지어줬을 때 한번쯤은 왜 그랬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어준 사람도 마찬가지다. 왜 그런 별명이 어울리는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면 그 별명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정확하게’ 불려줘야 그 의미가 제대로 살아난다. 승승장구하다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는 승리를 보면서 그의 별명 ‘승츠비’가 떠올랐다. 과연 승리는 ‘위대한 개츠비’를 알고 있었을까.

2006년 ‘빅뱅’으로 데뷔한 승리는 지난 10여년간 한류 붐을 이끈 아이돌이자 ‘아오리라멘’ 창업자로 주목 받았다. 지드래곤 등 다른 멤버가 군입대한 사이에 홀로 빅뱅을 지키며 사업가로 우뚝 섰다. 중국, 영어,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화려한 삶을 사는 그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제이 개츠비에 빗대 ‘승츠비’로 불렀다. 승리는 이 별명을 자랑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츠비와 승리는 짧은 시간에 성공했다. 개츠비는 1차 대전 이후 미국이 금주법을 시행하고 있을 때 마피아 조직과 손 잡고 부를 쌓았다. 단시간 내에 신분을 상승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았다. 승리도 서른 전에 성공의 단맛을 봤다.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버닝썬’의 세금탈루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도 법을 준수하며 돈을 모았다고 떳떳하게 말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개츠비가 돈을 모았던 이유는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 때문이었다. 데이지는 개츠비가 1차대전에 참전한 사이, 속물부자 뷰캐넌과 결혼했다. 개츠비는 데이지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 위해 부를 축적하고, 매일 밤 화려한 파티를 열었다. 소설과 영화에서 개츠비의 집은 불타는 태양처럼 환하게 묘사됐다. 승리의 ‘버닝썬’도 불타는 태양 아닌가. ‘승츠비’라는 별명에 취한 승리는 개츠비처럼 화려한 삶을 원했던 걸까.

개츠비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는 데이지를 인생의 최고 가치로 여겼다. 비록 허망한 최후를 맞았지만, 그것이 순수한 사랑을 되찾고 싶었던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다. 작중화자 닉 캐러웨이는 “너는 그 빌어먹을 인간들 다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간이야”라고 말했다. 반면 승리는 여성을 성 상품으로 취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성 매매를 알선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 조사를 받았다. 14일에는 ‘해외 원정 도박과 상습 성매매 알선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승츠비’는 위대하지 않았다.

승리가 ‘위대한 개츠비’의 의미를 곰곰이 사색했다면 개츠비의 허상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환상의 깃털로 장식된 허황된 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승츠비는 까맣게 몰랐다. 비단 승리 뿐이겠는가. 지금도 누군가는 개츠비의 화려한 삶을 꿈꾼다. 1920년대 개츠비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또 다른 승츠비가 계속 나올 것이다. 성공이 급격하게 이뤄질수록, 추락도 가파르게 찾아온다. 에밀 시오랑의 경고가 떠오른다.

“사람은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는 상상도 예측도 할 수 없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워너브러더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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