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왜 솔샤르는 26분만에 전술을 바꿨나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축구 전술에는 상성이 존재한다. 특히나 전혀 다른 두 개의 포메이션이 충돌할 때는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발생한다. ‘투톱’을 막기엔 ‘스리백’이 유리하고, ‘스리 미들’은 ‘투 미들’에 수적 우위를 가져간다. 불행히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바로 이 두 가지에서 아스널에 약점을 노출했다. 결국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경기 시작 26분 만에 전술을 바꿔야만 했다.

맨유가 솔샤르 임시 감독 체제에서 리그 첫 패배를 당했다. ‘파리의 기적’으로 상승세를 탔던 맨유는 아스널 원정에서 덜미를 잡히며 4위 경쟁에서 한 발 밀려났다.

아스널의 엄청난 초반 압박이 경기 전체를 지배했다. 하지만 동시에 숫자 싸움에서도 아스널이 맨유를 압도했다. 아스널은 스리백과 투톱을 바탕으로 한 3-4-1-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메수트 외질을 공격형 미드필더 ‘1’에 두면서 ‘삼각형’ 중원을 구축했다. 반면 맨유는 파리생제르맹(PSG)전에 사용했던 4-4-2 플랫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폴 포그바를 왼쪽 미드필더에 배치한 변칙 전술이다.

3-4-1-2와 4-4-2의 충돌 포인트는 크게 3곳이었다. 아스널 스리백은 맨유 투톱을 상대로 수적인 우위를 점했다. 이는 경합 과정에서 아스널 수비가 항상 1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측면이다. 포그바의 애매한 위치 선정으로 맨유는 아스널 윙백을 전진에 고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원에서 발생했다. ‘삼각형’ 미들을 사용한 아스널을 상대로 네미냐 마티치와 프레드는 방황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스트라이커(로멜루 루카쿠 혹은 마커스 래시포드) 중 한 명이 내려와 압박에 가세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래시포드가 내려오면 아스널 스리백 중 한 명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물론 래시포드의 수비 가담이 느슨한 것도 사실이었다.

아스널은 전술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전반 12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라니트 샤카가 공을 잡았을 때 아무도 그를 압박하지 못했다. 마티치와 프레드는 너무 내려서 있었고, 래시포드는 마치 산책하듯 천천히 내려왔다. 그리고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은 샤카는 강력한 슈팅으로 다비드 데 헤아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데 헤아의 섣부른 판단을 지적할 수 있지만, 그전에 샤카에게 너무 많은 공간과 시간을 허용한 맨유의 실수가 더 컸다. EPSN도 “마티치와 프레드의 압박이 없었다”며 느슨한 압박을 지적했다.

결국 솔샤르 감독은 전반 26분 만에 전술을 수정했다. 그는 터치라인에서 손가락 3개를 펼치며 ‘스리 미들’과 ‘스리백’으로 전환을 지시했다. 4-4-2 포메이션이 3-5-2로 바뀐 순간이다. 솔샤르는 중원에서 너무 많은 공간을 허용한다고 판단했고 ‘투 미들’을 ‘스리 미들’로 전환했다.

전술 변화 이후 맨유는 점유율을 점차 회복하기 시작했다. 다만 골대 불운 속에 번번이 득점 기회를 놓치며 확실한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솔샤르 감독은 후반에 또 한 번 전술 변화를 감행했다. 스리백 시스템이 불안하다고 여긴 그는 다시 포백으로 전환한 뒤 3-5-2 포메이션을 4-3-3으로 바꿨다. 아마도 윙백보단 윙어를 넓게 배치하는 게 아스널의 측면을 압박하기에 더 수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로 래시포드가 왼쪽으로 이동한 뒤 메이틀란드-나일스는 전반보다 뒤로 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술적인 변화에도 맨유는 골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설상가상 프레드의 반칙으로 페널티킥까지 내주며 또 다시 허무하게 골을 허용했다. 솔샤르는 두 차례 포메이션 변화를 통해 어떻게든 활로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파리에서 행운을 너무 많이 쓴 탓일까. 이번에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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