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버드박스' '증인', 당신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나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 영화 '버드박스'·'증인'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에 대해 틀에 박힌 고정관념이 깨질 때,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영화 '버드박스'와 '증인'은 무던한 내게 소름을 안긴 작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버드박스'(감독 수잔 비에르, Bird Box)는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다. 사람들을 하루 아침에 집어 삼키고 죽이는 '무엇'은 남은 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다른 사람들을 온전히 믿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스스로 눈을 가린다. 맬러리(산드라 블록)는 자신의 눈을 외부에 철저히 차단했고 두 아이 걸, 보이의 눈 또한 가린다. 아이들의 이름은 뒤늦게 등장하는데 떠난 자들에 대한 묵념의 의미로 해석된다. 5년 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와 현재의 처절한 하루하루를 오버랩(overlab)으로 보여주는 '버드박스'는 실체에 대한 정보가 친절하지도 않고 눈으로 가려진 맬러리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오히려 답답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관객들을 맬러리와 1인칭 시점으로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버드박스'는 언뜻 '로스트'와 같은 탈출 재난 영화같기도 하지만 인간의 '믿음'에 관련한 이야기다. 누군가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누군가는 나가서 정체모를 '무엇'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수퍼마켓에서 그저 지나칠 수 있었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각자의 이해관계의 조율과 충돌을 보여준다. 공통점은, 이들은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고 외로운 인물이며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 이방인을 집에 들이는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자신 또한 어느 곳에서 이방인의 과정을 거친다. 나는 그 잠금장치 버튼을 풀어줄 용기가, 이방인을 맞이할 용기가 있을까.

영화는 러닝타임 대부분 동안 어떻게 마무리가 될 것인지, 희망의 단초조차 보여주지 못한다. 급격한 협류를 지나 축축하고 암울한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순간이 있다. 그동안 맬러리는 무엇때문에 공포에 떨었고, 새로이 만난 그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별안간 새로운 빛을 마주한다.

영화 '증인'에서 김향기가 맡은 자폐 소녀 캐릭터는 새벽에 일어난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지우(김향기)는 "내가 증인이 되겠습니다"라며 법정에 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폐 아이의 증언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지우는 많은 이들이 간과한 곳에서 강한 힘을 보여준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변호사 순호(정우성)에게 묻는 눈동자는 너무 선해서, 스스로를 부끄럽게 한다. 그 눈동자는 관객을 한 명, 한 명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지는데 "그래서 너는 좋은 사람이니?"라고 꼭 묻는 것 같다.

간혹, 사람들은 자신을 '정상인'이라고 말하고 장애를 가진 이들을 비정상인이라고 말하는 무지(無知)를 범한다. '버드박스'와 '증인'을 통해, 자기 반성을 했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스스로 과연 정상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가치 판단은 무엇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사진 = 넷플릭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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