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세븐틴 'HOME'…네가 불러주지 않으면, 내가 뭘 어쩌겠어

세븐틴 'HOME', 음악방송으로 들어야 하는 이유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과거 한 음악방송을 보다 웃었다.

어떤 발라드 가수가 진지하게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데, 고취된 팬들이 그만 가수보다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른 것이다. 그 탓에 가수의 노랫소리는 뒤로 묻히고, 팬들의 '떼창'만 '음이탈' 난 채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안방에 울려 퍼졌다. 팬심은 이해되나, 노래의 본디 감성까지 이탈된 건 어쩔 도리 없었다.

그러나 세븐틴의 'HOME'은 '떼창'이 필수다.

음원으로 들을 때와 음악방송에서 들을 때가 전혀 다르다. '떼창'이 있어야 노래가 완성된다.

포근한 멜로디 위에서 열세 소년의 목소리가 유영(游泳)하는 세븐틴의 'HOME'은 역설적인 애원이다. "어쩌겠어, 난 네가 없으면, 내 마음 편히 기댈 집이 없어"라고 호소하면서도, 먼저 다가가진 못한 채 "내 속은 너를 위해 비어 있어", "언제라도 난 여기 서 있어"라고 찾아올 날만 기다리는 까닭이다.

그리고 실제로 'HOME'의 멜로디 안에는 고스란히 비워둔 공간이 있다. "난 네 마음 안에서 발버둥치고 있어, 덜컥 겁이 나는 걸!" 하고 터질듯한 멜로디를 쏟아내고선, 곧바로 숨을 고르며 여운을 둔 것이다.

그 잠시의 여백을 채우는 게 팬들의 '떼창'이다. 음원에선 공허하게 울리던 'HOME'의 빈 공간은 팬들이 세븐틴의 목소리에 대답하며 따라 부를 때 완성된다. 그때가 되어서야 세븐틴의 'HOME'에 찬란하고 무한한 질량의 '캐럿'이 가득 채워지는 것이다.

[사진 = SBS, 엠넷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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