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으로 해라" 이승현이 새겨들어야 할 조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기적으로 해라."

오리온은 대릴 먼로를 축으로 얼리오펜스와 세트오펜스 위력을 극대화했다. 객관적인 전력 이상을 발휘, 6강 막차경쟁을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올스타브레이크 후, 그가 돌아온다. 오리온에 천군만마다.

포워드 이승현. 그가 효과적으로 오리온에 스며들면, 오리온이 6강을 넘어 플레이오프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까지 있다. 실전서 전력을 극대화하는데 능한 추일승 감독의 지도력이 가미되면, 오리온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알 수 없다.

모든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다. 할 줄 아는 게 너무 많다. 197cm에 엄청난 파워를 앞세워 극강의 수비력을 발휘한다. 외국선수 신장제한이 없던 시절에도 이승현의 수비를 버거워한 외국인 빅맨이 허다했다. 상대 포스트업을 버텨낸 뒤 리바운드와 박스아웃 응집력은 KBL 최고수준.

심지어 외곽슛도 정확하다. 본래 3점슛이 좋지 않았지만, 오리온 입단 후 피나는 연습으로 확실하게 장착했다. 이젠 퍼리미터와 3점 라인 밖에서 자유자재로 슛을 던진다. 수비 입장에서 오픈찬스에서 그냥 놔두면 안 된다.

즉,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끌어내면서 효과적인 스페이스 게임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패스센스도 갖고 있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강력한 스크리너이기도 하다. 이런 장점들이 이타적이면서 극강의 패스능력을 지닌 먼로와 잘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추 감독은 "승현이가 돌아오면 분명 공격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먼로와 이승현이 하이-로 게임을 할 수 있고, 최진수, 허일영의 외곽공격을 도울 수도 있다. 먼로, 이승현, 최진수, 허일영이 3~5번을 맡으면 최소 한 포지션에서 미스매치 공격이 가능하다. 무궁무진한 옵션 창출이 기대된다. 타 구단 한 감독은 "승현이랑 진수나 일영이가 같이 뛰면 어지간한 팀은 최소 한 포지션은 미스매치다. 승현이를 막다 진수나 일영이에게 한 방 맞을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

다.

수비에선 먼로의 부담을 덜어낸다. 먼로는 운동능력보다 BQ가 좋은 타입. 4번이라 정통 5번 수비에 약점이 있다. 이승현이 상대 외국인 빅맨을 막으면 먼로는 자신과 사이즈가 비슷한 국내선수를 막으며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그만큼 공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이승현 효과'를 간략히 열거해도 이 정도다. 그러나 추 감독은 냉정하다. 그는 "상무에서 안 늘었다. 성에 차지 않는다. 이기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D리그 결승을 인터넷 중계로 보는데 남이 드리블 칠 때마다 옆에 가서 스크린을 서더라. 돌파해서 올라가도 되는데 빼주더라"고 말했다.

너무 이타적이라는 뜻이다. 팀 동료 먼로가 좋은 패스능력을 보유했음에도 무서운 진정한 이유는 경기당 20점 이상 너끈히 뽑는 득점력이 있기 때문이다. 먼로는 페이드어웨이슛, 포스트업 능력을 고루 갖췄다. 수비 입장에선 먼로의 패스만 대비할 수 없다. 몸이 순간적으로 패스루트로 움직이다 먼로의 공격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승현도 정확한 슈팅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그 이상의 다양한 공격기술을 갖고 있지는 않다. 굳이 이승현의 약점을 지적하자면 이 지점이다. 포스트업 이후 피벗에 의한 언더슛이나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페이스업에 의한 공격도 찾아볼 수 없다.

추 감독은 "결국 승현이도 공격 기술을 더 키워야 한다. 블록을 당해봐야 안 당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다. 패스나 리바운드, 스크린도 좋지만, 적극적으로 공격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장 이승현이 돌아와서 공격 적극성을 띄면 오리온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예전 한 농구관계자는 "승현이는 정말 좋은 선수"라면서도 "결국 승현이가 하는 농구는 몸으로 하는 농구다. 지금이야 젊으니까 그게 통한다. 워낙 몸 관리도 잘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30대 들어서 운동능력이 떨어지면 언제까지나 몸으로만 하는 농구를 할 수 없다. 다양한 공격 기술로 영리하게 하는 농구도 익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추 감독의 "이기적으로 해라"는 조언은 단순히 올 시즌 오리온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다. 아끼는 애제자 이승현이 롱런하길 바라는 진심이 담겨있다.

[이승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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