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실감합니다"…'골목식당' PD가 밝힌 섭외·편집 비하인드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죽어가는 상권 뿐 아니라 대학가 상권, 청년몰, 시장, 그리고 더 나아가 지방까지 갈 예정입니다."

22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 모 카페에서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공동 인터뷰가 진행돼 유윤재 CP를 비롯해 정우진 PD, 이관원 PD가 참석해 프로그램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눴다.

지난해 1월 첫 방송한 '골목식당'은 론칭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전국민적인 호감을 얻고 있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필두로 나서 11개의 골목, 40여개의 가게를 방문하며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 결과, '골목식당'은 9주 연속 비드라마 화제성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단순히 예능을 넘어서 사회 여러 분야로까지 파급력을 떨치고 있다.

당초 정우진 PD와 이관원 PD가 기획했던 골목 상권 활성화에도 큰 공을 세웠다. 출연 식당들은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며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고 주변 가게들 또한 프로그램의 효과를 함께 누렸다.

다만 제작진은 쉽사리 기분 좋은 축포를 터뜨리지 못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과정에서 비연예인 출연자들을 향한 관심이 여러 방면으로 지대했기 때문. 매회 방송이 끝난 직후 가게명은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했고, 출연 식당을 놓고 뜨거운 설전이 오갈 정도였다.

대표적으로 지난 1월 초 방송된 서울 청파동 하숙골목이 논쟁의 중심이 됐다. 앞서 홍은동 포방터시장 홍탁집으로 초미의 관심을 모은 가운데에서 등장한 고로케집과 피자집은 "홍탁집을 뛰어 넘는 가게"라는 부정적인 평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프랜차이즈 논란, 건물주 논란 등으로 일명 '금수저' 의혹이 불거졌고 제작진의 섭외 기준에도 의문점이 생겼다.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는 기획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골목식당' 측은 여러 차례 공식 입장을 통해 해명에 나서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취재진과 만난 유윤재 CP는 "시대적인 의식이 저희에게 조금 더 엄밀한 섭외를 요하고 있다. 하나하나 비판에 아주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실제로 우리 홈페이지에 2000여개의 제보가 들어온다. 우리 PD들이 직접 다 찾아가고 전화 통화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서 살펴보면, 해당 골목의 가게들은 출연을 안 하려고 하신다. 섭외가 굉장히 힘들다. 겁을 내시기도 한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관원 PD는 "한국에서 20년 동안 장사를 하신 분이 집 한 채를 장만했다. 그럼 과연 이 사람을 부자로 볼 것인지, 출연 조건에 맞는지에 대한 판단을 쉽게 내릴 수는 없다. 그래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상식적인 선에서 정말 안 될 분들은 저희가 컷트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우진 PD 역시 "기준을 수치화할 수 없다. 사람들마다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살피면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 논란이 심화되면 중단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방송 도중 불거지는 가게들의 일련의 논란에 대해서도 밝혔다.

청파동 골목 연출자 정우진 PD는 "매 골목마다 미리 찾아가서 사전 촬영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크로스체크에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사전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촬영 중에 발생되는 새로운 문제점들이 있다. 프로그램 특성상 관찰 카메라로 살펴보고, 백 대표님을 만나지 않나. 그러다 보면 사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이 생기곤 한다. 결코 일부러 논란이 될 사람을 섭외하는 게 아니다. 시청자 분들이 더욱 신경 쓰길 바라는 걸 알고 있다. 더욱 철저하게 검증하고, 내부 기준을 강화하는 노력을 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 불편한 것과, 현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점에서 고민이 깊다. 그 중도를 찾아야 한다. '저런 건 편집했어야지'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그래도 나가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청파동 피자집의 경우, 30명의 시식단들이 재방문 의사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면 왜 재방문 의사가 없는지 명확히 설명해드려야 하지 않나. 그래서 그 모습을 살리되 최소화시키려고 노력했다. 편집 과정에서 잘려 나간 부분도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PD는 "요식업의 실상을 목격해야 실제 종사하신 분들도 달라지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항상 초짜 가게들을 섭외를 하냐고 하시는데 그 분을 통해서 '이렇게 외식업이 어렵고 외로운 직종이다'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거다. 그래서 정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90%가 실패를 하고 문을 닫는다고 하지 않나. 그 실패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자 이 프로그램을 하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23일부터 방영될 서울 회기동 연출을 맡은 이관원 PD는 방영 전부터 제기되고 있는 논란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대학 상권인 만큼 명확한 타겟층이 있는 골목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에 대한 설명이다.

이관원 PD는 "회기동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는 걸 안다. 회기동은 6개월 전에 주민들의 제보로 들어왔다. 저희가 그냥 들어간 게 아니다. 저희가 손님으로 가장해서 직접 들어가기도 하고 자주 찾아가서 심혈을 기울여 살펴보고 있다. 회기동은 처음에 부흥했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 상권은 유행을 많이 타서 성공도 빠르게 하고 실패도 빠르게 한다. 그 지점을 짚고 싶은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저희가 비판을 받는 지점이 '왜 준비가 안 된 사람을 도와주느냐'다. 이번에는 10년 이상씩 장사하신 분들이다. 여느 곳보다 진정성 있는 골목이 되지 않을까 한다. 또 저희가 답사한 골목이 서울에만 수십 개다. 저희도 이제는 서울을 벗어나서 경기도권이나 지방도 많이 알아보고 있다. 그 쪽으로도 찾아갈 예정이다"라고 변화를 약속했다.

'골목식당'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애정 어린 비판을 수용하기 위해 약간의 변화를 꾀한다. 과거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던 '골목식당'은 "수많은 케이스를 통해 보여주는 창업 교본"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기존 기획 의도를 보다 더 구체화시키려는 노력이다.

유CP는 "1000개의 가게가 있다면 1000개의 케이스가 있지 않나. 그에 맞는 장사 교본을 만드는 게 목표다. 청년들이 창업한 가게, 부모님께 물려 받은 가게, 퇴직금으로 차린 가게 등 여러 오해를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케이스를 기획 의도로 삼기로 결정했다. 그래야 장사 교본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죽어가는 상권뿐만 아니라 대학가 상권, 청년몰, 시장, 지방까지 전반적인 분야로 나아가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출연자들을 향한 날선 비난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 유 CP는 "출연자 분들의 인권이 다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 분들은 스타가 아니라 우리 근처에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 분들이 잠시 출연한 것 때문에 평생을 욕먹을 수는 없지 않나. 저희가 최선을 다 해 앞으로 나아가겠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줄곧 '노력', '수용', '변화'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달라질 것을 약속한 '골목식당' 제작진이다. 이PD는 "과거에는 예능에 공익성이 있냐고 물었을 때 웃기는 것만으로도 공익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골목식당'도 웃긴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사회적인 파장이 커졌음을 인지하겠다. 예전에는 어떻게 웃길지 고민을 했지만 이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컷 하나하나, 자막, 음악 등 요식업의 전반적인 상향을 목표로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사진 = SBS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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