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사로잡은 류현진 체인지업 "저렇게 던지고 싶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도 저렇게 던지고 싶다."

동영상 사이트에 검색만 하면 유명 야구선수들의 투구, 타격 장면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다. 젊은 선수들은 코치로부터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는 것보다 스스로 영상을 찾아보고 참고해 자기만의 무기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익숙하다.

그러나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키움 이승호는 "다른 야구선수들 영상을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그러면 그 선수하고 똑같이 하기만 한다. 그리고 KBO 다른 투수의 모습을 덕아웃에서 봐도 따라 하는 건 쉽지 않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만의 색깔, 개성을 살리겠다는 의지다. 이승호 역시 서서히 다른 팀, 다른 선수들에게 자주 노출되고, 분석 대상에 오르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상대가 알든 말든 타자가 못 치게 하면 된다. 그 생각 하나로 밀어붙일 것이다. 맞는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내 뒤에는 야수 선배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 이승호의 시선을 사로잡은 투수가 있다. 현역 한국 최고의 좌완 류현진(LA 다저스)이다. 이승호는 "원래 영상을 잘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류현진 선배님 영상은 보게 되더라. 어깨 수술 후 영상도 봤고, 최근 영상도 봤다. 정말 밸런스가 너무 좋다"라면서 "체인지업을 류현진 선배님처럼, 저렇게 던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승호 역시 체인지업이 주무기. 수준급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커브를 더 잘 던졌다. 체인지업은 3학년 때 배웠다. 그런데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은 놓는 궤적이 비슷하다. 팔에 부담이 덜하다. 수술 후 어느 순간부터 체인지업이 익숙해졌다"라고 돌아봤다.

이승호는 2017년 KIA에 입단한 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했다. 재활 도중 키움으로 이적했다. 고형욱 단장과 장정석 감독은 선발투수로서 이승호의 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지난해 불펜에서 적응기를 가졌다. 포스트시즌서는 선발투수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는 1군 풀타임 멤버로 자리 잡는 시즌.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는 "서클체인지업에도 욕심을 냈으나 지금은 체인지업을 더 잘 던지고 싶다. 당장 변화구를 늘리기보다 기존 구종을 좀 더 효과적으로 던지고 싶다. 실투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승호는 체인지업 외에도 커브,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다. 이 구종들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

이승호는 "작년 이때는 복귀하려고 준비만 했다. 수술하고 막 좋아졌을 때였다. 시즌 준비보다 원래 몸 상태를 회복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시즌을 준비하는 느낌이다. 풀타임을 한 번 뛰어보고 싶다. 아프지 않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구단의 기대에 대해선 "기사만 봤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공만 던지고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작년 포스트시즌을 잊지 못한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3⅓이닝 4피안타 2탈삼진 2볼넷 2실점), SK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4이닝 1피안타 5탈삼진 5볼넷 무실점)에 선발 등판했다. 이승호는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에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구역질까지 나왔다. 긴장하니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SK 타자들에게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이승호는 "한화와의 4차전 이후 짜증이 났다. 한번 더 기회가 왔으면 했다. 있는 힘껏 던지고 싶었고, 가진 것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SK를 상대로 크게 긴장도 되지 않았고,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작년 가을의 짜릿함을 알기에, 비 시즌 개인훈련을 충실히 한다. 최근 이승호는 아침 9시30분에 고척스카이돔에 출근, 오후 1시까지 운동에 매달린다. 그는 "복근, 웨이트트레이닝에 러닝도 한다. 에이전트에게 들었는데 올 시즌 연봉도 올랐다. 기분 좋았다"라고 말했다.

마음에 담아둔 목표도 있다. 이승호는 "아직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했다. 실력이 모자랐다. 그러나 프리미어 12든 도쿄올림픽이든 꼭 대표팀에 가보고 싶다. 불러주면 꼭 가겠다"라면서 "선발투수를 한다면 10승, 중간투수를 한다면 10홀드를 꼭 해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승호. 사진 = 고척돔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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