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김민희, '홍상수의 자기'와 '배우'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배우 김민희는 ‘홍상수의 뮤즈’로만 남을 것인가. 배우는 어느 감독하고도 잘 소통하며 자신의 연기세계를 펼쳐야하는데, 김민희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2일, 한 매체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모습을 포착했다. 두 사람은 어느 음식점 앞에서 대기줄을 서있었고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에게 "자기야"라고 호칭을 불렀다고 해 별안간 화제가 됐다. 이들의 근황 포착은 잊을만 하다가도 나타나는데, 그 때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엇을 하지 않아도 '이슈메이커'다.

지난 2017년 3월 13일 시사회 풍경이 떠올랐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국내 시사회 자리에서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다. 우리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불륜설이 불거졌지만 '설마' 했던 마음은 그날 와장창 깨져버렸고,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 작품 활동을 각자 어떻게 해나갈지 오지랖 넓은 걱정과 충격을 한몸에 받았던 날이었다.

당시 김민희는 홍상수의 '연애 인정' 발언에 힘을 얻었는지 "우리는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믿고 있다.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우리에게 놓여진 다가온 상황 모든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가온 모든 것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여기에는 '불륜'을 피해갈 수 없는 사회적인 비난과 아내의 소송, 배우 김민희의 캐스팅, 광고모델 등의 손익도 감수한다는 의미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꾸밈이 없다. 포스터의 글씨도 감독이 직접 쓰고 카메라도 화려한 기교나 색감에 힘주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데에 중점을 둔다. 마치 배우들의 대사가 실제 그들이 나누고 있는 고민과 일상의 일들인 것마냥 착각하게 만드는 자연스러움의 힘이 있다. 이러니 홍상수 감독을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천재 감독'이라 말하고 칭송하고, 감독은 꾸준히 무소의 뿔처럼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 그와 사랑에 빠진 여배우 영희(김민희)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영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람 자식도 있거든", "좋아하지, 사랑해"라고 말한다. 이는 배우로서의 대사일까 다큐멘터리일까. 극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스크린 밖의 이야기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씁쓸하게 영화를 지켜봐야 했다.

2017년 5월 열린 칸 국제 영화제에서 두 사람은 좀 더 당당했다. 국내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싸늘한 눈빛은 덜하니 좀 더 자유로웠다. 경쟁 진출작 '그 후'를 선보였는데 이번에도 불륜을 그렸다. 다른 것이 있다면 김민희가 불륜의 당사자가 아닌 이를 바라보는 인물이었다는 것. 하지만 "너네들이 더러운 짓 한 것 모를 줄 알아?"라며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불륜녀를 꾸짖는 아내의 모습이 그려진다. 분명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모습이 겹쳐보이게 되는데 홍상수 감독은 이제 결국 자기 이야기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홍상수 감독은 이후에도 김민희와 '풀잎들', '강변 호텔' 등 무려 6번째 작품을 함께 하고 있다. "자기야"라고 부르는 관계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뮤즈라고 말한다. 본인의 인생을 캐릭터 속에 녹이고는, 이것이 '작품'이라고 말한다.

김민희는 배우로서 가능성이 많다. 특유의 당차고 개성강한 연기로 시작해 2012년 변영주 감독의 '화차'를 통해 '배우'라는 수식어를 당당히 등에 업었고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지난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범접불가의 열연을 보여줬다.

누구보다도 배우로서 커리어를 깊게 고민했을 사람은 김민희 본인이다. 전례없는 당당한 연애 행보에 팬들은 더욱 실망해가고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한 감독의, 한 남자의 뮤즈로만 자신을 기억되게 할 것인가. 이미 그 쪽으로 가고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그의 활발한 작품 활동을 기다리는 팬들도 없지 않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영화제작전원사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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