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2018년 그 '하루의 끝'…우리의 '나의 아저씨'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혹시, 수영할 줄 아시나요?

전 수영을 못합니다. 근데 아주 어릴 적 깊은 물 웅덩이 같은 데 빠진 적 있습니다. 주변에서 구해줘 금세 뭍으로 올라왔지만, 그 짧은 순간 온몸의 숨구멍이 막혀 호흡이 역류하던 그 고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올해 전 바다에 빠진 적 있습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바다에 빠졌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깊고 어두컴컴한 바다였습니다. 이번엔 구해주는 이도 없었죠. 별안간 빠져버린 탓에, 헤엄치는 법도, 물론 심해에서 재생되는 CD플레이어 따위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선 같은 노래가 아득하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종현의 '하루의 끝'입니다. 매일 발버둥치고 허우적거려도 '마음'이 도무지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 말 그대로 하루의 끝에 듣는 '하루의 끝'은 소중한 위로였습니다.

'마음'은 바닷속에 잠긴 채, '몸'은 반복되는 현실을 살며 억지로 웃고 가짜로 괜찮은 척 흉내를 낼 때, '정말 고생했어요'라는 종현의 목소리는 마치 바다에 잠긴 제 '마음'을 다정하게 부르는 것만 같았죠.

그 즈음 또 하나 빠졌던 게 있다면 드라마 '나의 아저씨'입니다. 드라마 속 박동훈(이선균)과 이지안(아이유)은 모두 '마음'이 바다에 빠진 사람들 같았습니다. 다행히 동훈과 지안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마음'을 바다에서 구해주었습니다.

드라마가 끝나 TV를 끄면 여전히 저의 '마음'은 바다에 가라앉은 채였습니다. 다만 어째서인지 그 깊은 어둠 속에선 "네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라는 동훈의 말이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는 듯했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자랑일까요. 분명한 건, 이 험난한 삶을 '1년의 끝'까지 버틴 당신은 종현의 노래처럼 우리의 자랑입니다. 우린 누군가의 동훈이고, 누군가의 지안이기 때문이죠.

수영할 줄 아시나요? 괜찮습니다. 저도 수영을 못합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tvN]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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