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보헤미안 랩소디’, 새로운 ‘나’를 깨우는 전율의 순간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보헤미안 랩소디’는 극장을 노래방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발을 구르며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를 외친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의 감미로움에 빠지고,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의 환희에 열광한다. 그래, 우린 모두 챔피언이야!

대중의 기억에서 희미하게 사라졌던 록그룹 퀸은 영화 한 편으로 단숨에 부활했다. 퀸의 고향 영국의 흥행은 당연했다, 한국은 의외다. 외신도 의아하게 여긴다. 미국 ABC방송은 싱어롱이 펼쳐지는 극장을 찾아 뉴스로 보도했다. 과연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퀸의 명곡 퍼레이드 덕분이다. 한 번 들으며 귀에 꽂히는 친숙한 멜로디, 심장 박동수를 높이는 비트, 그리고 늘 깨어있으라고, 당신은 챔피언이라고, 무엇보다 당신이 내 인생의 사랑이라고 외치는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에 전율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40대 이상의 중년층은 퀸의 향수에 젖었고, 10대부터 30대까지 잘 몰랐던 세대는 퀸의 명성에 빠졌다. 극장은 완전한 ‘세대 통합’의 장으로 변했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다 함께 노래 부르는 풍경은 거의 처음이다. 특히 아이돌과 힙합에 친숙했던 젊은층은 퀸이 뿜어내는 압도적 에너지에 매료됐다. 아카펠라, 발라드, 오페라, 하드록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보헤미안 랩소디’에 누가 저항할 수 있겠는가.

프레디 머큐리의 삶도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민자로, 성 소수자로 살면서 사회적 냉대와 편견을 뚫고 기어이 전설로 남았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았다고 말했다. 데뷔 이후 3년간 무명으로 지내면서도 언제나 정상을 꿈꾸며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다. 사회적 소수자와 소외된 이웃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아프리카 기아를 돕기 위한 ‘라이브 에이드’ 무대에 기쁜 마음으로 올라가는 뒷모습은 가슴 따뜻한 뭉클함을 안겼다(실제 퀸이 공연하는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전화가 쇄도했고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 가운데 최고 금액을 찍었다).

극중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멤버들에게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결정해”라고 말한다. 한국은 “네가 누구인지는 우리가 정해줄게”라고 말하는 사회다. 돈을 얼마나 잘 버나, 학교는 어디를 나왔나, 고향이 어디인가, 남혐인가 여혐인가, 진보나 보수냐 등 이런 저런 프레임으로 상대를 재단한다. 이런 사회에서 개성을 발휘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싶은 관객의 공감도 흥행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프레디 머큐리처럼, 새로운 ‘나’가 되기 위한 관객은 오늘도 극장에서 ‘위 아 더 챔피언’을 부를 것이다.

[사진 제공 = 20세기폭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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