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국가부도의 날’, 끝나지 않은 IMF사태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용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제목부터 거두절미하고 들어간다. 핵심으로 곧장 파겠다는 것. 1997년 12월 IMF사태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용기가 영화의 뜨거운 엔진이다. 지난 21년 동안 충무로에서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경제 재난이 2018년에 이르러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로 되살아나는 섬뜩한 충격. IMF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1997년 경제호황이 신문과 방송을 장식하던 시절,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이 경제위기가 닥칠 것을 예견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위기를 포착한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위기에 투자하는 역베팅을 결심하고 돈 많은 투자자를 모은다. 한국경제가 튼튼하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은 작은 공장의 사장 갑수(허준호)는 백화점과 어음거래 계약서를 찍고 장밋빛 꿈에 젖는다. 잇속을 챙기려는 재정국 차관(조우진)과 한시현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사이에 한국경제를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IMF총재(뱅상 카셀)가 입국한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일주일의 시간 동안 위기를 막으려는 자, 위기에 베팅하는 자, 그리고 위기에 쓰러지는 자의 긴박한 움직임을 빠른 템포로 잡아낸다. IMF 구제금융 신청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각각의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생생하게 담아낸 연출력이 인상적이다.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는 한시현의 노력, 기득권의 이익을 챙기려는 재정국 차관의 무책임,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윤정학의 탐욕, 아무 것도 모른 채 직격탄을 맞는 평범한 가장의 절망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IMF 시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국가부도를 막으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역을 김혜수에게 맡긴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정부의 무능력을 질타하는 걸크러시의 매력을 터뜨렸다. 비열한 표정과 이죽거리는 말투로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는 차관 역의 조우진은 김혜수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극의 전압을 높인다. 유아인은 특유의 저돌적 에너지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허준호는 힘없는 서민의 무력함을 살렸다.

구조조정, 대량해고, 실업률, 비정규직 등 IMF가 만들어낸 깊은 상흔은 2018년에도 유령처럼 한국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그 시절의 아픔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닥쳐올 또 다른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화두’를 던진다. 더 이상의 ‘국가부도의 날’을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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