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고양이를 부탁해’ 꼬리 뜯는 고양이, 고양이도 외로움을 탄다

지난 20일 오전에 방영된 EBS ‘고양이를 부탁해’는 꼬리를 물어뜯는 고양이의 사연을 소개했다.

보호자 가족은 만두와 호두,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있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건 만두다. 6개월 전부터 자신의 꼬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꼬리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넥카라를 씌우고 치료 후 붕대를 감아주는 것이 전부였다. 만두를 보살펴야 하지만 가족은 맞벌이에 2살 난 아들 하늘이까지 있어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고양이를 키우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는 얘기를 한번은 들어 봤을 것이다. 고양이는 하루에 12시간에서 16시간을 잠으로 보내는 데다 주인을 지도자로 따르는 개와 달리 독립적인 개체로 생활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사회적 동물로 유대감 형성이 필요한 반려동물이다. 관계 소홀은 외로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두 마리 이상 키우면 서로 의지해 괜찮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이에게 부모가 필요한 것처럼 고양이 역시 부모 역할을 하는 보호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스트레스로 인해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새로운 가족의 등장 혹은 이사 등의 환경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만두는 호두의 등장과 이사, 출산으로 인한 여러 환경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사로 영역이 바뀌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시간이 지나면 해소된다. 하지만 줄어든 사랑과 관심은 대체할 수단이 없다. 맞벌이로 인해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도 거의 없었다. 퇴근 후에는 하늘이를 돌보고 집안을 청소하느라 시간이 나질 않았다. 만두는 급격히 줄어든 관심에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 하고 꼬리를 공격한 것이다.

수의사는 “만두는 급변한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감각과민증후군’을 겪고 있다. 이 정도 상태가 되면 행동이나 환경 교정 외에 약물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수의사는 “하늘이가 태어난 이후 급격히 줄어든 놀이 시간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폭발했다”고 지적했다. 감각과민증후군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감각 과잉 상태를 보일 때 나타나는 모든 행동을 뜻한다. 만두의 경우 꼬리에 증상이 집중된 것이다.

문제행동 교정을 위해서는 함께 보낼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만두와 놀이 시간을 갖기 위해 시간표를 짜던 보호자 앞에 만두는 장난감을 물고 왔다. 놀아 달라는 뜻이다. 이를 지켜본 수의사는 “장난감을 들고 온 것을 보니 만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표에는 추가된 놀이 시간은 총 세 번으로 한번 놀이를 할 때마다 10~15분 정도로 시간이 할애돼 있다. 시간표를 짜는 이유는 비슷한 시간대에 매일 꾸준하게 놀이 시간을 가져야 행동 교정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낚싯대, 박스 등의 장난감으로 놀이를 시작하자 만두는 적극성을 보이며 놀이에 임했다. 만두가 놀이에 집중할수록 꼬리는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만두의 꼬리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뼈나 피부, 신경계에는 이상이 없다. 하지만 항우울제를 통한 약물관리가 6개월 정도 필요하다. 수의사는 “한국 사회는 정신과 약물에 대해 거부감이 많다. 약물치료와 문제행동 교정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더욱 빠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진 = EBS1‘고양이를 부탁해’화면 캡처]

김민희 min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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